매일신문

매일춘추-장정옥(소설가)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그동안 갖가지 방법이 동원돼 온 나라바닥을 시끌벅적하게 울리던 유세물결도 잠잠해지고 이젠 각 지역 후보들이 손아귀에 땀을 쥐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때다.

상대후보 비방,사생활을 둘러싼 각종 악성 루머,세금 포탈,병역 기피,흑색선전 등….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겠다던 당초의 약속은 아랑곳없이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며 치열해진 흠집내기 공방전은 오히려 정치적 병폐가 더욱 깊어진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그 와중에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만은 특히 돋보였다. 시민연대의 활동이 당락결정에 얼마만한 역할을 담당했을까에 대한 답은 미지수지만,유권자들에게 주인의식을 고취시키고 이를 계기로 우리의 정치 앞날이 조금은 밝아지리라는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게 한 점 등이 다수 국민들의 호의를 이끌어냈다.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의 움직임이라면 유권자들이 호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애꿎은 피해자가 없도록,입후보자와의 거리를 좁혀보려는 노력 또한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정치개력은 이렇게 시작됐다. 정치권 내부의 움직임에 의한 내적 개혁이 아니라 시민연대에서 출발한 외적 개혁이어서 조금 아쉬운 감은 있지만 어쨌거나 다음에는 보다 많이 달라지겠구나 하는 희망이 신뢰감을 주었다.

숱한 우여곡절 끝에 주사위가 던져졌다. 금배지가 더이상 힘과 권력의 상징으로 떠올라서는 안된다는 단호함은 모든 유권자들의 바램이다. 유권자는 진정으로 국민의 입장에 서서 국민을 위해 일할만한 참일꾼을 뽑은 것이지,국민 위에 올라서서 기득권을 장악하는 배부른 상전을 뽑은 것이 아니다. 당선자는 국민의 대변자로 나섰다는 투철한 소명의식에 충실해야 할 것이며,낙선자는 국민의 심판을 달갑게 받아들여 결과에 승복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 또한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지지 후보자에게 던져주는 참여의식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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