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DJP 공조 명분 없다

김대중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통해 '자민련과의 공조관계는 불변'이라는 공조회복 제의를 계기로 민주당과 자민련과의 공조문제가 본격화 되기 시작하고 있다.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한 자민련의 입장으로서는 하나의 해결책일 수도 있다자민련의 현재 상황에서는 합당은 말도 못꺼내는 분위기이고 공조도 절대불가의 형편이기는 하다. 그러나 속으로는 다른 조짐도 보인다. 김종필(JP)명예총재는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의 합당에 관한 발언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했다가 다시 이를 '사실 코멘트 하나 하긴 했다'고 수정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소위 장고(長考)에 들어 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조복원은 정치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문제가 많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은 민의에 반하는 행위라는 점이다. 선거과정에서 자민련은 무수히 "앞으로 민주당과 공조는 없다"고 외쳤다. 특히 JP는 "민주당은 신의 없고, 말과 행동이 다르고, 음흉한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어 인연을 끊었다"거나 "DJ가 약속을 어긴 것을 나는 평생 잊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비록 유권자는 이런 자민련에게 참패를 안겨주었지만 공조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17석을 준 것이다. 따라서 공조의 복원은 민의를 배반하는 행위인 것이다. 동시에 '민주당의 거짓말'을 규탄한 JP의 발언도 거짓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합당이나 공조의 정치적 명분도 없다. 지난번의 공조는 내각제를 공통분모로 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명분이 없다. 선거과정에서도 두 정당의 성격이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다른 것이 드러났다. 무슨 명분으로 공조를 할 것인가.

또 도덕적으로는 더욱 문제가 많다. 총선과정에서 그렇게도 공조를 안하겠다고 외친후 다시 공조를 택한다면 이는 정치불신을 더욱 확산 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교육에서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정치판은 현실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에서 보았듯이 이제는 시민은 옛날의 시민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보수본산의 당이라고 자처해온 자민련이 자신의 정체성에 반하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각제 등에서는 무수히 말을 바꾸는 등 정체성의 실패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가장 큰 요인이다. 따라서 자민련은 지금이라도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정체성을 살리는 길을 가야 한다. 이미 이러한 소리는 자체내에서도 나오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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