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어촌학교 통폐합 햇볕과 그늘-(상)먼길 등학교

지난해 교육부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에서 질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강도높은 통폐합을 추진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지난 82년부터 계속돼왔지만 지난해 경우 워낙 대대적으로 진행돼 교육계는 물론 주민들 사이에도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고 통폐합 지역에는 적지 않은 변화까지 몰고 왔다. 1년이 지난 지금 학생과 학부모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문제점, 해결과제 등을 짚어본다.

영덕군 달산면 김모군(11)은 학교 갈 때 매일 비상금 1천원을 가지고 다닌다. 지난해 인근 달산초등학교가 폐교돼 영덕초등으로 통학하면서부터다. 하교 때 스쿨버스는 승합버스 규모여서 앉을 자리가 잘 없는데다 특기적성교육으로 버스를 놓칠 때면 어쩔수 없이 시내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통폐합 이후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것은 통학 문제다. 버스 통학에 따라 대체로 편해졌다는 반응이지만 일부 지역에는 버스가 제대로 오지 않아 학부모가 버스 오는 곳까지 데려다 주거나 걸어가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의성지역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비안초등학교 쌍계분교 등 모두 10개교가 통폐합된 뒤 일부 오지에는 길이 좁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통학버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때문에 학부모들이 큰길까지 자녀들을 태워주는가 하면 자전거를 타고 가 다시 버스를 타는 학생도 있다. 본격 영농철인 요즘은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 학교 통폐합으로 더 바빠졌다"는 주민들의 불평이 적지 않다.

봉양면 풍리3리 신모(42)씨는 "마을에 유치원생 1명과 초등학생 2명이 도리원초교에 다니고 있으나 스쿨버스가 운행하지 않아 매일 새벽 자전거로 5km 떨어진 일산까지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특히 "유치원생 학부모는 모두 장애인이어서 비오는 날에는 주민들이 태워준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하교길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통학버스가 한두번밖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저학년들을 고학년이 끝날 때까지 한두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학교측은 방과 후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미흡한 상황. 학교측이 보다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저렴하게 운영했으면 하는게 학부모들의 바램이다. 아이들이 할일 없이 기다리는 것을 보다 못한 일부 학부모들은 방과 후 곧바로 학교 근처 미술학원이나 속셈학원에 보내 학원차로 집에 돌아오게 한다. 통폐합으로 엉뚱하게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통학버스가 다니면서 농촌 학부모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졌다. 공부하는 여건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하루에 최소 한시간 이상씩 버스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안스럽기 짝이 없다. 아침 일찍부터 등교 버스를 타기 위해 눈을 부비고, 비나 눈이 오면 "혹시 버스가 오지 않는 건 아닐까"하며 발을 구르는 모습을 본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오가는 길에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전에 없던 것이다.

봉화 한 초교 관계자는 "통폐합 이후 통학시간이 길어지고 사고위험, 눈이나 비로 인한 수업결손 등 학부모들의 근심꺼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통폐합 대상 지역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우려해 반대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鄭相浩.金振萬.李羲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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