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켠다.긴 잠이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깬 것은 아니다. 무대와 관객, 배우가 함께 깨어야 하지만, 아직 쌍방향 단계는 아니다. '일방통행'형 이랄까. '대구연극제'와 '경북연극제'가 '연극의 봄'을 기다리며 관객들에게 다가선다. 행사성 짙은 연극제지만 오랜만에 지역에서 열리는 연극이라 연극팬들은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오는 30일부터 열리는 제17회 '대구연극제'에는 예전, 원각사, 레퍼터리, 한울림 등 4개 대구 극단이 참여한다. 경연제의 성격상 무거운 사실주의 연극이 대부분. 특히 올해는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 많은 것이 특징. 화가 이중섭, 시인 이상 등과 한으로 살아온 한 할머니의 이야기 등 인물 드라마가 세 편이나 된다.극단 예전의 '신랑달기'(김준영 작, 김경수 연출·30일-5월 1일)는 결혼을 앞둔 한 사내의 고민과 번뇌를 그린 작품. 결혼에 대해 고민을 하던 노총각 세월과 조선시대 임금의 배려로 노처녀 신씨와 결혼했던 희집이란 인물을 대비시키면서 신랑 달아매기를 통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김재권, 김경환, 이경희, 최영윤, 엄연수 출연.
원각사의 '작은 할머니'(엄인희 작, 이남기 연출·5월 2일~3일)는 한(恨의) 세월을 겹겹이 쌓아온 한 여인의 20대부터 60대까지의 인생 파노라마를 그리고 있다. 독립군 아내, 씨받이, 첩살이, 병든 남편…. 흡사 악극의 주인공처럼 눈물겹게 산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김현희, 김미향, 박영수, 이광희, 김미화 출연.극단 레퍼터리의 '아, 이상'(조광화 작, 장상호 연출·5월 5일~6일)과 극단 한울림의 '길 떠나는 가족'(김의경 작, 문창성 연출·5월 7일~8일)은 시인 이상과 화가 이중섭의 삶을 그린 본격 인물극.
'아, 이상'은 이상을 천재화가로 만들고자 하는 곱추 화가 구본웅, 폐병으로 고생하는 이상, 이상에게 영감을 주는 여인 금홍을 주인공으로 '광기 어린 천재 시인' 이상의 가난과 사랑, 죽음을 그렸다. 손민수, 신도환, 이소정, 이현진 출연. 최주환, 백은숙, 천정락, 성성백, 박상희 등이 출연하는 '길 떠나는 가족'은 일본 식민시대와 한국전쟁 등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평생 한국의 소를 끈질기게 그려온 화가 이중섭의 삶을 파헤쳤다.
오후 7시 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 공연. 시상식은 5월 8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며 대상 수상작은 오는 6월 울산에서 개최되는 제18회 전국연극제에 대구시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입장료는 학생 5천원, 일반인 1만원. 문의 053)628-7462
제11회 '경북연극제'에는 도내 5개 극단이 참가해 구미, 안동, 영주, 경주, 포항에서 22일까지 열린다. 18일 구미 문예회관에서 공연을 가진 구미극협의 '느낌, 극락같은'(이강백 작, 정철환 연출)을 비롯, 19일에는 극단 광장(안동)의 '마술가게'(이상범 작, 김상욱 연출)가 안동종합회관에서, 20일에는 동일 작품이 소백무대(영주) 심순영 연출에 의해 영주시민회관에서 공연되며, 21일과 22일에는 에밀레극단(경주)의 '천년의 바람'(노경식 작, 이금수 연출), 극단 은하(포항)의 '언덕에 서면 보름달이 보인다'(김태수 작, 전영숙 연출)이 경주 예술극장과 포항 문예회관에서 각각 공연된다. 공연시간은 각각 오후 7시30분.
시상식은 오는 22일 포항 문예회관에서 열릴 예정.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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