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당 당선자 모임과 입장

◇민주당=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8일 저녁 서영훈(徐英勳) 대표와 이인제(李仁濟) 전 선대위원장 등 민주당 소속 당선자 115명을 부부동반으로 청와대로 초청, 2시간 가량 만찬을 함께 하면서 총선결과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당선자들에게 새로운 각오로 정치활동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당선자대회를 겸해 열린 이날 만찬에서 김 대통령은 "선거전 과반수가 됐으면 좋겠다, 아니면 1당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출구조사 발표때 상당히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번에 느낀 것은 인간은 최선을 다할 뿐이지 결과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며 총선후 처음으로 선거결과에대한 아쉬운 심정을 토로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해서 일관되게 바란 것은 전국정당이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영남에서 한 석이라도 건질수 있을 것으로 알았는데 지역구 의석은 없었다"며 영남출신 전국구 의원 8명에게 "지역민심을 대변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서 대표는 인사말에서 "이번 선거는 보기에 따라 우리가 승리했다고 볼 수도 있고, 모자란다고 볼 수도 있지만 대통령께서 그만하면 됐다고 치하하신바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자"면서 "대통령께서 후반 3년에 훌륭한 치적을 남겨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이인제 전 위원장도 건배사를 통해 "좀더 많은 동지들이 당선의 영광을 안고 이자리에 오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16대 국회에서 일당백의 자세로 김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뒷받침하자"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부터 만찬장에 입장하기 시작한 당선자들은 마련된 자리에 앉아 선거과정의 일화와 축하인사를 나눴으나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김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당선자 부부 등 230여명을 일일이 접견하며 "축하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는 등의 인사말을 건넸으며 아들 김홍일(金弘一) 의원 부부를 접견할때는 며느리 윤혜라씨를 보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나라당=한나라당은 19일 '16대총선 당선자대회'를 열어 총선승리를 자축했다.

16대 의원 당선자 133명과 고문단 등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대회에서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 결과는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냉엄한 심판"이라며 "정부여당의 독선과 독주를 감시, 견제하며 수권정당, 책임정당으로서 거듭 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대회장 곳곳에서는 총선승리의 여세를 대선정국으로 몰아가겠다는 이회창 총재 측의 분위기가 역력하게 보였다. 이 총재는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국정안정을 위해 원내 1당으로서 상생의 정치를 주도할 것"이라면서 "총선 전 국민과 당원들에게 약속한 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안에 전당대회를 열어 당 체제를 정비하겠다"며 조기전당대회 개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날 대회는 이 총재와 홍사덕 선대위원장, 서청원 선대본부장 등의 인사에 이어 여권 중진들과 힘겨운 혈전을 벌인 끝에 승리한 봉화.울진의 김광원, 서울 종로의 정인봉 당선자 등이 나서 여권의 대대적인 공세에 맞선 선거운동 과정과 당선소감을 밝히는 등 총선승리를 마음껏 구가하는 모습이었다.

또 최병렬 '4.13부정선거 진상조사특위'위원장이 특위의 향후 활동계획을 밝히는 등 대여공세도 빠뜨리지 않았고 선거사범에 대한 표적수사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 여당이 과반수 의석 확보를 위해 야당 당선자에 대한 표적.편파수사를 통해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 총재 등 당 지도부와 일부 당선자들은 이날 대회에 앞서 4.19혁명 40돌을 맞아 4.19묘역을 참배했다.

이에 앞서 이 총재는 지난 17일 사무처요원 200여명을 당사 인근 음식점으로 불러 총선때의 노고를 위로하고 활동비를 지급하는 등 사기진작에도 나섰다. 공천파동 직후 이 총재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던 사무처를 다독거리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모임에서는 '이회창을 청와대로'라는 구호가 나오는 등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자민련=자민련 내에 총선참패에 대한 자성론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강창희 신임 사무총장은 18일 취임사에서 "자민련은 내각제와 합당문제, 선거법 협상 등에서 수없이 말을 바꾸고 자기합리화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오너인 김종필 명예총재를 정면에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또 총선패배 책임에 대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금권.관권선거도 원인이었지만 우리 잘못이 더 크다"면서 자성론에 더 무게를 뒀다.

그는 또 최근 당 내외에서 논의되고 있는 DJP 공조복원에 대해서도 확실히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두 분이 합의한다고 해도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면서 "JP가 가자고 해도 이번은 다를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내각제 파동 당시 JP에게 반기를 든 강 총장의 전력에 비춰 볼 때 빈말로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특히 강 총장의 이날 발언은 당내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당장 이날 당직개편 과정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며 당직을 기피한 상황이었다. 강 총장이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자신의 의지를 피력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곧바로 JP의 대응에 관심이 쏠렸다. JP는 일단 이날 낮 자택을 찾은 신임 당직자들을 상대로 "다른 당에 비해 밖에서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데 말을 삼가라"며 일침을 놓았다. 19일 당선자들과의 오찬에서도 JP는 이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소속 당선자들을 상대로 벌써부터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상황에서 JP의 말발이 어느정도 먹혀들지 관심사가 되고 있다. 徐明秀.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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