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이 26일 성인오락실 단속업무를 맡고 있는 검찰과 경찰, 구청 직원 21명이 오락실 업주 1명으로부터 줄줄이 뇌물을 받았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은 "도대체 누가 단속하고 누가 뒤를 봐주느냐"며 놀라워했다. 1개 오락실 업주가 준 뇌물이 수천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자 대구시내 300여개에 달하는 성인오락실과 관련공무원을 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않을 것은 당연한 것.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대구시 중구 삼덕1가에서 동업자들조차 시기할 만큼 내놓고 불법 영업을 하던 코끼리오락실이 당국의 단속을 받으면서 발단했다. 당시 오락실 업주 이모(50.구속)씨는 뇌물을 받은 검찰 직원을 알려주겠으니 선처해달라고 검찰에 제의했다가 거부당하자 도피했다. 이때부터 검찰에는 그뒤 구속된 전직 검찰직원 정문걸(42)씨에 대한 각종 투서와 제보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급진전한 것은 지난 14일 오락실 업주 이씨가 검찰에 긴급 체포되면서부터. 그때부터 검찰과 경찰 주변에는 '수십명의 뇌물 리스트가 있다' '검찰 직원 추가 연루' 등 갖가지 소문이 나돌았다. 검찰은 이에 대해 "확인 해줄 수 없다"거나 "뇌물 공무원은 검찰직원 1명과 경찰관 3명뿐"이라면서 '확인 거부' 또는 '부인'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는 뇌물 규모가 작을 뿐 소문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의 수사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운 경찰 또한 분주하게 돌아갔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즉각 자체 조사를 실시해 관련 직원 3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조직 쇄신을 내세워 대대적 인사를 단행했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과정과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뇌물 리스트를 밝히는 등 공개 수사를 하지 않아 검찰과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감만 높이는 결과를 불렀다는 것이 첫번째 불만. 게다가 경찰은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대대적 인사까지 단행한 반면 검찰은 직원 1명의 독직 사건일 뿐이라며 무덤덤하게 받아 들이는 점도 불만의 한 원인이다. 경찰내부에선 "뇌물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검찰 직원이 추가 연루된 때문아닌가"며 검찰불신의 태도까지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경찰은 검찰로부터 통보받은 10~140만원 수뢰 경찰관에 대해서도 중징계(파면 또는 해임)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무튼 검찰의 이번 수사로 성인오락실을 둘러싼 검-경-관으로 이어지는 뇌물고리의 일부가 드러났지만 수사에 대한 의혹이 완전 해소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들이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빚어진 검찰과 경찰 조직 간에 쌓인 불신의 골을 어떻게 메우느냐도 과제로 남았다.
崔在王.朴炳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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