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한창 심을 때는 꿈에서도 나무를 보게 되는데 꿈속에서 누가 나무를 베어가는 꿈을 꾸게되면 화들짝 놀라 아침 일찍 쫓아 올라가 확인하게 되지. 그런데 정말 그 자리에 가보면 나무가 몇 그루 베어져 나가 있는거야"
한국전 등 격동기 청송에서 15년간 경찰직에 몸담다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 30대 후반인 60년 대부터 자연에 묻혀 산 독림가 박동소(72)씨.
뜻이 있으면 길이 있듯 40년 가까이 계속되어 온 그의 유별난 나무사랑은 현몽(現夢)이 돼 마침내 사실로 연결될 정도로 지극하다.
청송군 안덕면 신성리에서 남쪽 방향으로 반변천을 따라 개울소리를 들으며 2km남짓 들어가면 산 109의4번지에서 울창한 그의 나무농장과 만나게 된다.
무려 928ha, 300만평에 이르는 온갖 나무들의 경연장.
범부(凡夫)들이 나무 사업에 대한 투자의 불확실한 장래성 등으로 곁도 돌아보지 않을 때 되레 그는 산주가 외지에 나가 있는, 소위 부재산주들의 임야를 평당 300~500원씩 주고 조금씩 사들여 자신의 산림 영토를 널려 가는 범상찮은 '어깃장'을 놓는다.
이어 몰입한 것은 소위 경제수종 조림. 당시 경제수종을 택해 조림하기 시작했다는 자체가 임업인으로서 상당히 앞서 가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금껏 잣, 상수리, 자작, 느티나무와 낙엽송 등으로 그가 직접 한땀 한땀 흘려가며 심어 놓은 나무만도 250ha넓이에 75만 그루. 연평균으로 나눌라치면 1년에 약 2만 그루씩 심어나간 셈이다.
조림후엔 사람마냥 유년기 3~5년간은 병충해 방제 등 착근을 위해 지속적으로 돌봐 주어야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마다 심는 나무에다 이미 심어 돌봐야하는 나무까지 추가돼 시간이 갈수록 드는 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에서 그가 들인 공력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숲이 울창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솎아베기는 물론 산지의 척박성을 고려한 거름주기, 병충해 방제 등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그는 그러나 수목의 원활한 생장을 위해, 또 나무 가꾸기의 성패를 좌우하는 유년기 돌보기의 중요성을 많은 산주들이 간과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한다. 노동력 부족에다 다른 인부를 사려 해도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사실 알고도 못한단다. 산림에 대한 근본적 자신감 부족이 이같은 현상을 더욱 부추기게 된다는 것이다.박씨의 경우 지금까지 풀베기 460여ha, 추비 189ha, 묘목가꾸기 작업 102ha, 덩굴제거 260여ha, 천연림 보육 380여ha, 간벌 135ha 등을 기록, 지금껏 연면적 1천500여ha에 이르는 산지에 무수한 땀방울을 흘렸다. 힘들기는 커녕 자기의 재산과 건강을 가꾸고 나아가 산지 자원화 및 공익적 기능 증대라는 덤까지 얻는, 그에게는 더할수 없는 달디단 노동이기도 했다.
그는 또 나무 심기의 편의성과 수종갱신 등의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를 대비한 효율적 산림 관리를 위해 무엇보다 임도개설이 중요하다고 판단, 80년대 말 원목 수입자유화조치 등으로 목재값이 하락해 임업종사자들이 한껏 꼬리사린 열악한 상황에도 91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나무농장에다 17km의 임도를 개설하기 까지 했다.지난 87년 그는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청송군 현동면 도평리 606번지에 임산물 가공공장인 (주)동진산업을 설립, 나무로서의 효용의 거의 없는 것들을 베어다 종이 원료인 '칩' 생산에 나선 것. 연간 3만여t 생산되는 이 원료를 울산에 있는 동해 펄프회사에 전량 납품, 연간 50억원의 임업 소득도 올리고 있다. 또 이 공장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나무껍질은 지역 농가에 퇴비로 무상 공급해 주기도 한다. 이로 인해 그는 주위로부터 자신의 이름 앞에 '성공한 독림가'에다 '환경운동가'라는 또 다른 수식어를 얻는다.
산림을 이용한 고수익과 지역사회 봉사, 공익가치 추구 등 일석삼조를 낚는 '복합경영'을 마침내 일궈낸 것이다.
그는 최근 빈발하고 있는 산불 소식이 들려 올때면 임업인으로서 그렇게 애석할수가 없단다. 그래서 산불 예방 활동에도 적극 나선다. 매년 1천여만원을 들여 산불조심 현수막 250매를 제작, 군청을 통해 산불 요주의 지역에다 무료로 달아준다. 자신의 산지에도 산림감시원 5명을 고용, 철저한 산불 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그러나 임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임야 매입 등을 부동산 투기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잘못된 인식과 영세 산주들이 투자 여력이 없어 자신의 산을 놀리고 있는 것이 딱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정부가 대기업을 상대로 정책자금을 융자해 줄 때 의무적으로 반드시 일정 부분의 산을 매입, 의무 조림을 하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임업대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내 수요의 90%를 상회하는 무분별한 원목 수입이 산림에 종사하는 임업가들의 투자 의욕을 떨어 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며 "산림을 애써 가꾸고 이에 대한 현실적 보람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수입억제 정책은 물론 국산 종이 사용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청송·金敬燉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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