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닭장 비디오방' 화재 속수무책

대구시내에 어지럽게 들어서 있는 비디오방, 노래방이 화재에 무방비다.이들 업소는 멋대로 개조한 건물 내부에 칸막이 시설을 빽빽하게 설치해놓고, 컴컴한 실내에 각 방 마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한 데다 비좁은 출입구에 비상구마저 제대로 찾을 수가 없어 불이 나면 대형참사의 위험이 도사려 있다.

15일 오후 1시쯤 대구 도심 4층 건물에서 난 불로 비디오방 손님 5명이 질식한 사건 역시 임의로 개조한 건물에 허술한 소방 및 대피시설 때문에 하마터면 끔찍한 인명피해를 부를 뻔 했다.

이날 불은 대구시 중구 동성로2가 대구백화점 인근 4층건물 3층에서 나 3층 미용실 내부를 태우고 20여분만에 잡혔으나 4층비디오방 손님 10여명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채 5명이 연기에 질식해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

당시 미용실내에 있던 9명은 재빨리 건물을 빠져나왔으나 4층의 비디오방 손님들은 불이 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건물은 각 층마다 좁은 공간에 옷가게, 음식점, 미용실, 사진관, 비디오방, 창고, 사무실 등이 빽빽히 들어찬데다 출입구 통로가 불과 1m정도로 손님이 많은 저녁시간대였으면 엄청난 참화를 당할 소지를 안고 있다.

특히 4층비디오방은 내부면적이 30여평에 불과했으나 1평 남짓한 룸이 22개나 빽빽히 들어찼고 외부에서 룸내부를 제대로 알수 없는 구조여서 손님들이 제때 대피하지 못했다. 게다가 비디오방 내부 비상등은 흐릿해 방향구분이 어려웠고 비상벨도 2~3층 계단옆에 설치돼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벨을 누를 수 없는 여건이었다. 대구시내 130여개의 비디오방과 1천900여개의 노래방은 작년 5월 규제완화로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이후 시설기준.면적 등에 제한을 받지않고 주택가에도 들어설 수 있으며 실내 조명도 70룩스에서 절반이하로 대폭 낮아져 화재 발생에 그만큼 취약해졌다는게 소방관계자들의 지적이다.

金炳九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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