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아이들과 같이 지낼 시간이 적어 조금이라도 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일기에 편지와 메모를 써서 사랑을 표시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저희 가정의 가장 행복한 사랑법이 됐습니다. 어떻게 하냐구요.
저는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도록 하고 책을 읽고 나면 짧게나마 독서감상문을 적도록 했습니다. 글짓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학습보다 더 강조했습니다. 글자가 틀리고 내용이 엉망이라도 야단을 치지 않고 아이의 생각에 맞췄습니다. 그래서인지 갈수록 아이들이 일기나 글짓기 숙제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고, 물론 잘 한다기보다 하얀 종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엇보다 주관식 시험문제가 나와도 겁내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대부분 늦게 퇴근하지만, 아무리 늦더라도 책가방 검사를 하는 편입니다. 어릴 때부터 강조한 덕분인지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의 책상 위에는 어김없이 일기장과 독서노트가 놓여 있습니다. 한 자 한 자 읽어보노라면 아이들의 세계가 저를 깜짝깜짝 놀라게 만들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아이들은 이렇게 정성스럽게 열심히 썼는데 엄마인 나는 뭘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아이들의 일기나 독서노트 밑에 '엄마'라고 적고 엄마의 생각과 그 날 아이들 행동의 잘잘못에 대해 적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꼭 '사랑해. 엄마는 너희들이 자랑스러워'라고 붙였지요.
그 때부터 저희 가족은 아이들의 일기가 사랑의 편지가 되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일기 쓰기를 재미있어 하게 됐습니다. 물론 일기 밑에 몇 자 적는게 무슨 큰 도움이 되겠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부모님의 작은 관심에 기뻐하고 슬퍼한답니다.
아이들은 다음 날 아침에 엄마가 뭐라고 적었을까 궁금해하고, 엄마가 오해하는 부분에는 자기 의견을 말하기도 하고, 잘못을 빌기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비밀이 많지만 이 작은 편지가 아이와 엄마가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도 되고요.
특히 일기를 쓰기 싫어하는 아이의 어머니라면 너무 욕심 내지 말고 강요하지 말고 조금씩 노력하다보면 아이들도 글짓기나 엄마를 다시 보게 될 겁니다.
채점숙(주부·대구시 남구 대명7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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