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아이가 갑자기 학교에서 벌을 서거나 청소하고 오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거니 했는데 보름 가까이 되고 보니 걱정스럽습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크게 잘못하지도 않는 것 같고, 주위 학부모들은 봉투나 선물을 준비해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면 금방 해결된다고 권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달서구 월성동 초등2년 학부모)
답>>이런 질문을 받으면 우리 교사들도 답답해집니다. 대구에만 교사가 1만명을 넘으니 별별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촌지를 바라고 아이를 나무라는 교사가 있다면 뉘우치게 해야 하지만,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요.
솔직히 우리 교육현실은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교사들은 스스로 전문성을 인정받으려는 노력이나 교사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는데 소홀한 채 여전히 승진 점수 따기가 미덕이 돼 있지요. 학부모들도 민주적인 절차로 의견을 제시하기보다 뇌물이나 물질 공세로 교사의 환심을 사서 내 아이를 특별히 인정받게 하고 싶어합니다. 소수 학부모들의 기부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려는 관행도 잘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부류에 속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분들은 학교 찾아오기가 어렵거나 스스로 위축된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교사들로서도 뾰족한 답을 못 드리는 현실이 죄송스럽습니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학부모들도 도와주셔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먼저 아이의 자세하고 정확한 상황을 교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편지 쓰시기를 권합니다.
학기초에 아이들을 제대로 알기 위해 조사표를 보내고 편지지를 주기도 하지만 이를 채워보내는 학부모는 드뭅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교사를 지나치게 믿어버리거나 아니면 아주 못 믿어서 뇌물 공세를 하지요.
편지를 쓰는 것 만으로 불안하시면 학교로 가셔서 현실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필요하면 담임교사와 담판을 지으세요. 혹시 아이가 다칠까 드러내놓고 말하기 어려우시면 전교조나 학부모단체를 찾아 상담하십시오. 상담의 비밀은 철저히 보장되니 염려 놓으시고요. 잘못된 현실이 있다면 이를 고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함께 찾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턱대고 촌지를 건네시려 하거나 욕만 하며 학교로 협박전화를 하는 것은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뿐 교육 개혁과 우리 아이들의 장래에 해가 된다는 점을 깊이 고려해 주십시오.
임성무(월곡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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