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15대, '대립국회'

말도 많았던 15대국회가 29일 막을 내렸다. 기대했던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간곳없이 대립과 투쟁으로 일관한 가장 실패한 국회로 헌정사에 오를 처지가 된 것은 한마디로 딱하다. 임기중(1996년 5월~2000년 5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새로운 의회상을 확립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변칙.투쟁.식물국회의 오명을 벗지는 못했다.

이처럼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을 지경에 빠진 것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철새정치인이 많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신뢰를 버리고 양지나 입신을 향해 줄을 선 정치인들의 작태는 '양심을 내동댕이친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당적 변경이 판을 친 신의(信義)의 상실이다. 신당 창당, 당명 변경 등을 빼고 한차례 이상 당적을 바꾼 의원수가 85명으로 전체 의원중 28.4%여서 유권자와의 약속을 헌신 버리듯한 것이다. 이 가운데 3회 당적변경이 3명, 두차례는 16명이나 돼 과반수 의석 확보를 위한 여당의 집요한 작업 즉 '인위적 정계개편'이 그만큼 치열했다는 증명이다.

야당의원 빼가기, 세풍.총풍사건 등 극한과 대립으로 몰아간 작태는 국민들로부터 혐오대상 차원을 넘어선 실망의 대상이 국회였다. 문을 열어놓고도 일하지 않은 공전일수가 역대국회중 최고여서 '식물국회'라는 불신도 심화됐다. 공전일수가 무려 286일. 이중 주로 서상목 의원의 검찰체포영장을 막기위한 '방탄국회'가 164일이다. 집권 세력의 국회의원을 압박하는 수단을 피하기 위한 것이지만 특정인의 보호가 지나쳤다는 비난도 들어야 했다.

국회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법과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합의문을 발표하고서도 상대방의 뒤통수를 치는 정략(政略)은 버려야할 일이다. 배신이 판을 치는 정치는 '도덕의 공황'이다. 여야간 균형의석을 만들어준 총선 민의 존중도 신의와 원칙의 준수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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