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욕생활의 표본은 기원전 그리스 철학자 제논이다. 스토아학파를 창시한 그는 생전에 동상이 세워질 만큼 아테네 시민들의 존경을 받았다.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영적인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능적인 욕망을 물리쳐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플라톤은 정신이 자유롭게 지식을 추구하려면 육욕을 억누를 수 있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들의 금욕지상주의는 오늘처럼 성이 문란해지는 시대가 올 것을 예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즈음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성추행 사건이 잇따라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는 전북 정읍의 한 중학교 교사가 딸의 친구인 여중생과 원조교제를 한 뒤 제3자에게 소개해 원조교제를 하도록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집과 승용차.여관 등에서 11차례나 성관계를 가진 뒤 그 여중생과 친구까지 두 40대 남자에게 소개해 10여 차례의 성관계를 맺도록 했다니 기가 막힌다.
때마침 서울대가 개교 54년만에 처음으로 성희롱 및 성폭력에 관한 학칙을 마련, 규정심의위원회와 학장회의를 거쳐 이르면 2학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연세대.고려대 등에서도 여학생회가 대학 당국과 학칙 개정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움직임이 대학가에 확산될 전망이지만 오죽하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겠는가.
우리 사회에는 '성의 노예'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성도덕의 타락상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환경 탓도 크다. 건강한 성윤리관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환경의 유혹에 빠져들기 쉬우며, 그런 유혹에 빠져 탐닉하다가는 성범죄사범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성범죄는 자신과 가정, 사회까지 파멸시키는 무서운 범죄이므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고대 동양에서는 간음을 한 남녀나 성폭력범들에게 두 눈을 도려내는 형벌이 있었다. 그 뒤에 궁형(宮刑)으로 바뀌었지만 시대나 나라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성범죄는 중벌로 다스려 왔다. 사람의 욕망에 정나미가 떨어진 톨스토이가 만년에 금욕주의를 제창한 심정을 새삼 헤아려보게 하는 이즈음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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