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직후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나온 2차은행합병의 원칙은 금융구조조정의 강도 높은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보기에 딱하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정리로 그동안 금융부실문제로 국내외로부터 불신의 눈초리를 받아왔고 은행합병문제를 둘러싸고 난무했던 갖가지 억측들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여 다행한 일이나 그 모양새가 좋지 않아서다. 진작 이같은 방침을 관련부서에서 자발적으로 내놓았더라면 공연히 정부개입의 비판을 받는데서 더 자유로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금융구조조정의 연내 마무리 전망이 밝아지고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을 제외하고는 시너지효과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우량은행끼리 합병하도록 유도한다는 원칙은 일단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을 지주회사로 묶는다는 것도 비판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구조조정의 결단을 내려야할 급박한 시점에서 우물거리고 시간을 끌기보다는 일단 해볼만한 방안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증시에선 은행주가 상승세를 타는 등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인 것을 보면 이번 은행합병의 원칙은 그동안 정부가 은행의 인위적 합병은 없다던 어정쩡한 태도보다 더 큰 신뢰감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같은 원칙에 따라 연말까지 순조롭게 은행의 부실을 털어내고 경쟁력있는 우량은행으로 정비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실제 은행간의 합병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당장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겵똑?외환 등 세 은행들만해도 정부가 이들을 지주회사를 설립해서 묶는다고하나 노조가 이미 강경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고 세 은행들의 반응도 각기 달라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또 합병방법이 지주회사 설립에 의한 것인 만큼 일부에선 형식만 합병일 뿐 조직,인력,운영 등의 면에선 구조조정이 되레 늦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적자금투자를 명분으로 한 정부의 개입이지만 시장에선 관치금융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이밖에도 우량은행간 자율짝짓기를 인센티브지원으로 유도한다지만 자신의 자리문제 등 이기적 자세를 버리지못하는 경영진들은 합병에 소극적일 수 있으며 합병의 여파로 빚어질 자금경색문제 등도 장애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원칙에 따라 은행합병을 추진해도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실물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부실은행의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도 확실히 물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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