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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24억짜리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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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덕담에 '삼천 갑자(甲子) 동방삭의 명을 빌고 석숭(石崇)의 복(福)을 빈다'는 말이 있다. 삼천 갑자(18만년)를 살았다는 전설의 인물 동방삭처럼 오래 살고, 부귀영화가 하늘을 찔렀다는 석숭처럼 호의호식하며 잘 살라는 소리다. 동방삭이야 어차피 전설의 인물이었던만큼 신격화(神格化)돼서 축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나름대로 납득이 간다. 그렇지만 석숭은 중국 서진(西晋)의 토호였던 실존의 인물. 얼마나 호사스럽게 살았으면 지금까지도 축원의 대상이 되고 있을까.

일개 호족에 불과한 석숭이었지만 종만도 800여명을 거느렸다. 하루 1만전이 넘게 들여 만든 산해 진미로도 먹을게 없다고 짜증을 부렸고 '사람의 젖'을 먹여 기른 돼지고기를 즐겼다. 흘러나는 부(富)를 주체 못한 그는 잔칫날 비단 차일을 60여리(25㎞)나 둘러치는 등 호사를 부렸다고 사서(史書)는 전한다. 당시의 원시적인 생산력을 감안한다면 석숭의 사치가 얼마나 그 도를 지나쳤는지 알만하다. 석숭뿐 아니라 당시 호족들의 지나친 호사생활로 서진은 개국 52년의 단명으로 멸망했던 것이다.

IMF이후 빈부격차가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역에서 24억원짜리 아파트가 2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보도다. 우리네 같은 서민들이야 언감생심 보도 듣도 못한 천연 대리석에 600만원짜리 샤워기에다 1천200만원짜리 변기하며…. 참 '석숭의 호사'처럼 진기하고 사치스럽기도 하다. 내 돈 벌어 내 맘대로 쓰는데 웬말이냐고 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어쩐지 찜찜하다.

재정경제부는 금년들어 중산층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 계수가 미국이나 태국보다 양호하고 호주나 대만과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고 있는 체감 빈부격차는 정부 주장과는 동떨어진다. 결식아동이 여전하고 노숙자 수가 2만명 이상으로 되레 늘고 있다.

이와 같은 판국에 호화 아파트 러시는 아직도 IMF 후유증을 벗지 못한채 안간힘 쓰고 있는 서민들에겐 저만 잘 살겠다는 '배신 행위'처럼 충격인 것이다. 우리 사회의 빈곤층은 외국과는 달리 성취동기가 강하고 평등의식이 강하다. 이들이 IMF의 틈새를 비집고 등장한 이들 졸부들의 '천박한 호사'를 용납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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