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힘의 분포가 거대한 4개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 급격히 진행될 조짐이다. 근래 몇십년간 미국 일변도의 판세를 보여 왔으나, 통합 유럽이 급부상하고 푸틴의 러시아 움직임이 급박해졌으며, 중국 또한 몫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
슈뢰더 독일 총리와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9일 두 나라가 주도적으로 역할, 유럽의 독자적 군사용 정찰위성 시스템을 구축키로 합의했다. 이날 독일 마인츠에서 열린 75차 정례 독-불 고위정책 협의회를 마치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독일은 전천후 위성레이더 시스템 개발을 맡고, 프랑스는 광통신 위성 개발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1991년 걸프전과 1999년 나토의 유고 공습 과정에서 연합군으로 참전한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정찰위성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었다. EU 15개국은 이미 정치 군사적 통합 작업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3년 내에 6만명 규모의 공동 대응군을 창설하고 5년 내에 자본 통합을 달성키로 해 놓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EU가 군사적으로도 미국에서 독립해 이와 맞먹는 거대 통합세력으로 부상하려는 목적과 연결돼 있다. 이와 관련, EU의 대외문제 집행위원은 지난 8일 "미국의 일국 독주를 막기 위해 EU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공공연한 견제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럽은 미국의 NMD 계획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주도권 잡기에 부심하는 러시아는 미국 NMD에 대항하기 위해 유럽과의 공동 미사일 방어망 구성을 제안하고 나섰다. 푸틴이 이미 제의한 이 안은 9일 이바노프 외무장관이 구체화시켜 공개했다. 그러나 유럽측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푸틴 취임 이후 국제적 행보에서 종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움직임 역시 심상찮아 이제 미국과의 경쟁을 시작했다는 시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홍콩 신문 신보(信報)는 두 나라가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위험한 군비경쟁에 몰두하고 있다고 지난 8일 보도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저항에도 아랑곳 않고 전역미사일 방어 구상과 국가 미사일방위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은 지난 2년간 러시아.프랑스 등으로부터 첨단 전투기와 항공모함을 구매, 양국이 군비 경쟁으로 낭떠러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는 것.
특히 두나라는 무정부 상태 하의 국제사회 무관심 속에 끝간데 모르는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지적, 그 계기 중 하나가 대만 총통선거를 앞뒀던 4년 전의 대만해협 전쟁 위기라고 이 신문은 판단했다.
그 사건 후 중국은 항공모함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또 둥펑(東風)31형 등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에 치중했다. 중국은 최근 러시아에서 '미국 항공모함 공격 전문' 구축함과 첨단 레이더 등을 도입하고, 탐지가 잘 되지 않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도 보유하게 됐다. 중국 외교부 고위관리는 최근 뉴욕타임스 회견에서 "이란.이라크.북한 등의 위협을 미사일 방어망 구축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이 실제로 표적 삼는 것은 중국"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미국은 전략의 중심 축을 아시아로 옮기면서 중국을 잠재 위협국으로 상정하기 시작했다.
한편 두 나라는 다음달에 양국간 군비통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나토군의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 사건이 발생한 후 그 보복으로 군사회담 등을 연기했었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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