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간의 중요한 현안들을 눈앞에 두고 정부의 부처간에 손발이 맞지 않은 채 헷갈리고 있다. 그런가하면 북한마저 20일 중앙방송 보도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개혁.개방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과거 발언을 되풀이 보도, 모처럼의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남북간의 화해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었다. 남북 모두 왜 이러는가. 남북정상회담후 학자 출신인 통일부 장관이 국군 포로 문제와 관련 "법적으로 국군포로는 없다"는 견해를 피력, 국방부로부터 면박을 받고 있다. 그런데 국군 포로문제는 이미 국군 포로 대우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놓은 상태인 만큼 통일부 장관의 이같은 주장은 사태를 정확히 인식치 못한 터무니 없는 것이었다.
이처럼 중대한 문제를 두고 어떻게 정부내에서조차 입장 정리가 되지 않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또 평양순안공항에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영접나온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느니 몰랐느니 하면서 상반된 주장을 한 통일부 장.차관의 태도는 참으로 한심하다. 게다가 남북 두 정상이 나눈 예민한 내용들이 누출돼 파문을 일으킨 것을 두고 중앙일보의 청와대출입기자의 출입정지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가 일어나더니 급기야는 여야간에 "책임을 덮어 씌우려 한다"는 내용의 성명전마저 벌어지는 등 추태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남북문제는 민족의 사활이 걸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사전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 부처끼리 대화를 통해 조정 작업을 벌여야 하는게 기본이다. 그런데도 일부 관계자들이 부처 이기주의나 남북대화를 서둘러 성사시키겠다는 '영웅심리' 때문에 사안을 즉흥적으로 다루는 것만 같아 불안하다.
이런 자세로서야 평화통일이란 민족의 대업을 별 무리없이 이룰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기껏 남북정상회담을 화기애애하게 마쳐놓고 "개혁과 개방은 없다"는 김위원장의 발언을 되풀이 방송한 것은 도대체 납득이 안가는 일이다. 일부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정상회담 쇼크를 가라 앉히고 체제안정을 위한 것이면 몰라도 혹시나 공동선언 제1항의 '자주 통일'조항과 관련, 외세 배격의 종전 주장을 되풀이 하기 위한것이라면 남북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은 그만큼 퇴색케 된다.
우리는 북한이 지난번 공동선언에서 밝힌 것처럼 한반도 평화정착과 민족 번영을 위해 과거처럼 또 다시 까탈을 부리기보단 대화를 통한 협력의 길로 들어서기 바란다. 우리측 또한 김대중 대통령의 말처럼 민족을 위한 뜨거운 열정과 빈틈없이 냉철한 논리, 정부 부처간의 사전조율로 남북대화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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