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이른바 '벼랑 끝 외교'를 밀어붙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외교를 외화벌이 도구쯤으로 활용, 자기네들의 국익에 보탬이 된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서방국가들이 김정일 위원장의 '북한 외교'에 대한 일치된 시각이었다.
요즘 이러한 시각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신비한 베일에 가린 독재자쯤으로 김 위원장을 다루던 서방 언론들이 지난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늠름하고 예의바른'지도자로 다루기 시작했다. 미국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유예연장을 계기로 경제제재 조치를 완화했다. 어찌보면 지난 정상회담은 '신비한 독재자'로 알려졌던 김정일 위원장에게는 기막힌 변신의 계기이자 화려한 국제무대 데뷔장이었다.
27일 북한측이 조선일보 기자의 입북(入北)취재를 거부한 사실은 김정일 위원장의 진심을 다시한번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55년간을 동떨어져 살아온 남과 북인만큼 서로 우의를 돈독히 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가 갖고 있는 의견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그런데도 이번처럼 '북한을 나쁘게 보도하는'신문에 대해 입경(入境)을 거부, 일방적으로 자기식 체제만을 고집한데서야 남북간에 깊은 대화가 진행될 수 있을는지 께름칙하다.
남한은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는 나라이다. 언론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북한측의 이익과 상반된 주장이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게끔 법으로 보장하는 민주국가다. 그런데도 자기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입경을 거부하는 것은 남한의 체제를 인정치 않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조선일보 기자의 입경 금지를 이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취재의 자유'라는 측면만을 고집해서가 아니다. 그보다도 남한 사회가 보장하고 있는 보편적이고 핵심적인 가치를 아무 스스럼없이 부정할 수 있는 북한의 마비된 감각으로는 아무래도 남북화해가 불가능할것만 같아 답답해서 하는 소리다. 미국사회는 요즘 남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일이 과거의 거칠은 이미지에서 새 인물로 과연 환골탈태 했는지 착잡한 시각으로 지켜보고 있다한다. 우리 또한 이번 입북거부 사태를 계기로 김 위원장이 정말 바뀌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케 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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