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만화가 김혜린의 동명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 '비천무'가 1일 관객을 찾았다.중국 올로케, 국내 최대 제작비(40억원) 등 화제를 뿌린 '비천무'는 무협의 호쾌함과 멜로의 달콤함을 함께 꿰차고 있다.
기왓장을 타고 지붕 위를 훨훨 나는 와이어 액션, 스피디한 검술, 운명을 거스르는 러브스토리 등 4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답게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배경은 원(元)나라 말엽. 어릴 때부터 애틋함을 쌓아온 고려 유민의 후예 진하(신현준)와 몽고 장군의 서녀 설리(김희선). 설레는 사랑도 잠시. 설리의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 타루가는 설리를 소홍으로 데려간다.
'보름 날마다 소홍의 우화정에서 너(진하)를 기다리겠어…'
그녀를 떠나 보내고 비천신기를 연마하던 진하는 어느 날 자객의 습격을 받고 죽어 가는 삼촌으로부터 부모의 억울한 죽음과 출생의 비밀을 듣는다.
소홍으로 향하던 진하는 한족 명문가의 자제 준광(정진영)과 우정을 나누지만 곧 준광과 설리가 정혼한 사실을 알게된다. 진하는 설리와 우화정에서 재회하지만 뒤쫓아온 준광과 결투를 벌이다 중상을 입고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기사회생한 진하는 복수를 꿈꾸며 청부자객 자하랑으로 거듭난다.
방대한 스케일로 순정만화계의 고전이 된 원작을 밑천으로 하고 있으니 '비천무'는 출발부터 좋은 셈이다.
거기에 미니어처와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한 특수효과, 비장미 넘치는 한국식 무협액션을 가미해 역동적인 화면을 만들어냈다. 지붕 위에서 떠오르는 자객들의 와이어 액션과 땅을 가르는 비천신기 검술은 꽤 볼만하다. 잘 나가는 스타 김희선까지 캐스팅했으니 '비천무'는 한국 블록버스터의 모양새는 갖춘 듯 보인다.
그러나 모든 재료에도 불구하고 '비천무'는 원작의 알싸한 맛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주변인물들과 에피소드 등 곁가지들이 많다 보니 혼란스럽고, 스토리도 선악대결이란 상투적인 선을 넘지 못한다.
태권도 합기도 등 무술이 몇 단이나 되는 감독(김영준)이 액션 연출에만 기공을 모은 때문이다.
특히 가슴을 절절하게 치던 진하와 설리의 애틋한 사랑이 두 배우의 냉랭한 연기 때문에 제대로 와닿지 않는다. 김희선은 예쁜 표정 짓기에만 바쁘고, 신현준은 어줍잖은 비장미에 목을 맨다. '비천무'가 그리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길은 멀고 험하다.
金重基 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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