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일주일간 의사들에 의한 의료 폐업, 27일 베트남 참전자들에 의한 한겨레신문사의 폭력 난입, 29일 롯데호텔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과 과잉-음주 진압 시비, 그리고 7월 들어 사회보험 노조의 점거 파업과 공권력 투입, 11일부터 예고된 금융노조의 총파업 등이 10일째 연이은 가마솥 더위와 함께 참으로 '뜨거운 여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금융노조에서는 고용불안을 야기할 제2차 구조조정에 결사 반대, 사상 초유의 파업기금 200억 원을 조성해놓은 상태라 한다. 두 차례에 걸친 정부와의 협상도 서로간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채 무위로 끝났다.과연 우리는 이런 일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단순히 이른바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라 정리하고 넘어갈 것인가? 그래서 모두가 원래의 자리로 조용히 돌아간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결론지을 것인가? 나는 이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통찰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늘 그러하듯 '발등에 떨어진 불끄기'에 급급해할 것이고 그만큼 문제의 본질은 다시금 새로운 형태로 감추어질 것이고 그래서 진정한 문제의 해결은 또다시 유보된다. 마침내 예전의 사건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비슷한 문제나 같은 문제가 새로운 형태로 반복되어 터지게 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렇게 본다. 앞에 열거한 일련의 사태들은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곪아있던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진지한 논의와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은 채 체계적으로 유보.은폐되어 있다가 하나씩 분출되고 있는 징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하나는 갈등의 내용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갈등의 해결 방식이다.
해결 방식과 관련해서 당국은 불법, 폭력에 대해서는 다시금 엄중 대처한다는 익숙한 방식을 고집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경고들이 먹혀들지 않는다. 갈등의 주체들이 더 이상 60, 70년대식의 '어린애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폭력적 진압은 당장 입막음은 하겠지만 더 큰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토론과 협상의 문화를 증진시켜 갈등의 당사자들이 스스로 상대방을 학습하면서 풀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갈등의 내면을 허심탄회하게 들여다보자. 의료 폐업은 표면적으로 의-약 분업에 따른 이해갈등으로 나온 것이나 내용적으로는 제약 회사들이 자기 회사 약을 써 달라고 의사(병원)들에게 꼼짝 못하는 현실, 다수의 보건 행정 당국자들이 약사 출신이라는 점 등의 문제가 깔려 있다. 월남전 참전자 문제도 겉으로는 '용병'이나 '민간인 학살' 개념과 관련된 명예 회복 문제이지만 사실은 전쟁 경험과 고엽제로 인한 고통, 국가에의 충성심과 개인적 인간성의 갈등, 월남전의 역사적 성격 규정 등의 문제가 깃들어있다. 노동자들의 파업도 겉으로는 노사간, 노정간의 이익분쟁의 모습을 띠지만 속으로는 돈(수익성)의 논리와 삶(인간성)의 논리가 적대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바로 이런 내면적 문제들이 올바로 해결되는 방향으로 하나씩 변화해야지만 우리는 과거의 전철을 되밟는 어리석음을 예방할 수 있다.
이제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식힐 우리들의 참신한 지혜가 총동원되어야 할 때다. 막힌 언로를 뚫고 과거를 답습하지 않는 창의적인 돌파구들을 다양하게 실험하며, 우리 사회의 곪아터진 부위들을 더 이상 은폐하지 말고 차라리 과감히 '수술'하도록 해야 한다. 또 노동자들도 '경쟁력' 중심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삶의 질' 중심의 구조조정에는 '참여와 협력'을 할 것이다.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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