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를 열어가려면 무엇보다 남북이 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인정하고 호혜 양보의 정신을 갖는데 있다. 이것이 바로 6.15남북공동선언의 기본 정신이기도 하다.
우리는 50여년 동안 계속된 남북 분단 구조가 6.15공동선언으로 말미암아 하루 아침에 개선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북한이 지난 8일 평양방송을 통해 조선일보를 반 통일 신문이라 매도하면서 "조국통일의 길위에 가로 놓인 걸림돌", "암초는 폭파해야한다"고 주장한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11일에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국회대표 연설과 관련 "북남 사이의 대결을 꾀하는 반통일 분자, 민족 반역자"등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을 제외한 전직 대통령을 모두 초청했다고 공개하는 등의 처사는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는 동반자의 모습은 아닌 것이다. 우리는 조선일보나 이 총재, 혹은 김 전대통령이 옳았다고 여기서 두둔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 사회의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과 틀리는 비판 세력을 배제하는 이러한 자세로는 남북간에 진정한 '화해의 가교'가 놓이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우리는 통일이라는 민족의 대의(大義)에 물론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일이야말로 민족이 추구하는 '지상의 과제'이기에 남북 문제에는 민족의 성원 누구든 어떤 의견이든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의미에서 조선일보가 나름대로의 소신을 개진한 것도 마땅히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이총재가 야당의 입장에서 대북(對北)정책의 시비를 따지고 상호주의 원칙 준수를 촉구한 것을 문제 삼는 것 또한 다원화된 민주사회에서 당연히 있을수 있는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번과 같은 일련의 처사를 잇따라 벌이고 있는 것은 자기네들의 입에 맞지 않는 남한내의 언론을 길들이고 북한 비판세력을 잠재우기 위한 고도의 술책으로 보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북한이 만약 남한내의 국론분열을 겨냥해서 이같은 이간책동을 벌이고 있다면 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임을 지적코자 한다. 정부도 북한이 남북화해의 기본 정신을 벗어나서 엉뚱한 책동을 일삼을 때는 당연히 맞설 것을 촉구한다. 남북 모두 의연한 자세로 민족 화해의 길을 열어 나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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