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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상봉 기다리는 할머니-김필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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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야 온답니까"하늘 같은 지아비를 보내고 회한으로 살아온 50년 세월에 이제는 눈물도 말라버렸다는 김필화(68.여.안동시 옥야동)씨. 김씨는 16일 6.25때 납북된 남편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장롱 깊이 간직해온 남편(조민기. 67)의 빛바랜 사진을 꺼내 들고 복받치는 설움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6.25가 터지고 3개월쯤 됐을 무렵 시댁마을(안동시 서후면)에 인민군들이 들이닥쳐 동장이던 시아버님과 큰시아주버님을 사상범으로 몰아 인민재판후 즉결처분하려 했지요"

이때 안동사범학교 2학년(16)이던 김씨의 남편은 두사람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인민군을 따르겠다고 자원했고 그길로 그들을 따라 사라졌다.

"18세에 결혼해 8개월만에 청상이 된 게지요. 그러나 제몸에서 아들(조규식.51)이 자라고 있었어요"

시집살이를 하면서 아이를 잘 낳아 키우다 보면 언젠가는 남편이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김씨. 그러나 남편은 끝내 돌아올 줄 몰랐다. 너무 힘들고 허전해 몇번이나 죽을려고 마음 먹었지만 아들이 눈에 아른거렸고, 너무 그리운 남편을 한번은 봐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 먹었다.

20년 시집살이에 김씨는 청년이 된 아들과 함께 안동시내로 분가했다. 운수업을 시작한 아들을 도와 손마디가 으스러지도록 열심히 일한 덕으로 허름하나마 집 한칸을 마련할 수 있었다.

"고되고 울적한 날은 어김없이 남편이 꿈속에 나타났지요. 어디 잠시 다녀온 것처럼 방문을 열고 들어 오고는 했지만 이내 아무말 없이 사라지는 남편, 눈을 뜨면 역시 내 곁에 없었습니다"

30년전 시댁식구들은 가족회의를 열어 남편이 죽은 것으로 단정짓고 제사를 지내왔다. 죽은 날을 몰라 생일날(8월 28일)을 제사날로 정했다. 지난 주 초만해도 가족들은 한달 남짓 남겨둔 제사준비를 했다고 한다.

다시 만나기 전에 혹시 무슨일이 생기지 않을까…. 초조함에 끝내 눈시울을 붉힌 김씨.

남편을 만난다면 청상으로 산 50년 세월이 참 힘들었다고 말할 참이다. 훌륭히 자란 손자 태영(17.안동고.청소년 축구 국가대표)이 자랑도 잊지 않겠다며 눈가에 맺힌 이슬을 닦아냈다.

안동.鄭敬久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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