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한 분이 아기를 포대기에 싸 안고 상기된 얼굴로 진찰실에 들어왔다. "무슨 아이가 밤만 되면 보채는지 모르겠다"는 것.
아기는 온몸에 땀띠가 나 있었고, 땀띠분과 연고를 발라 피부는 누런 진물과 엉켜 시큼한 냄새까지 났다. 체온을 재 보니 41℃나 됐다. 심한 탈수에 땀띠, 피부의 세균 감염으로 입원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 엄마가 산후 조리 하는 더운 방안에서 같이 조리(?)를 한 것이 탈을 불렀던 것이었다.
아이가 열이 나면 열꽃이 바깥으로 피어야 속열이 떨어진다며 두꺼운 옷이나 이불로 꼭꼭 싸서 열을 더 올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건 열의 발산을 막아 고열로 인한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다.
신생아의 열이 40℃ 이상으로 오르면 온수와 열성 경련이 올 수 있다. 이때는 전신을 벗겨 놓고 30℃ 정도되는 미지근한 물을 수건에 적셔 맛사지하듯 계속 문질러야 한다. 물이 기화되면서 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 수건을 덮어만 두는 것도 올잖다. 오히려 열 발산이 방해된다. 수건으로 계속 문지르면 말초 혈관이 확장되면서 열이 내려가기 시작하고 싸늘하고 차갑던 손발도 따뜻해진다.
열을 빨리 내릴 목적으로 찬 얼음물이나 알코올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찬물을 사용하면 체온과의 온도차가 너무 커 몸을 떨게 만들고, 그 결과 근육에서 열이 더 발생하고 피부의 말초 혈관을 수축시켜 피 순환을 막아 해열을 방해한다.알코올은 독성이 아기 몸에 흡수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꼭 미지근한 물로 닦아 내야 한다.
열은 그 자체가 병에 대한 한 방어 증상이다. 발열은 단순한 체온 상승 때문만이 아니라 외부 감염에 대한 적극적 방어인 것이다. 열이 나는 원인은 요로 감염이나 폐렴, 패혈증, 뇌막염, 장티푸스, 심내막염, 골수염, 홍역, 수족구병, 성홍열, 풍진, 장내 바이러스 감염 등 너무나 다양하다.
따라서 막연히 해열제만 먹이고 있지 말고 소아과를 찾아 꼭 진찰 받고 원인 질병을 치료해야 한다.
정명희 과장(대구의료원 제1소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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