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누구든 붙잡고 물어 보고 싶은 때가 있더라. 내 보기엔 아주 이상해 납득이 안가는데도 다른 사람들은 멀뚱히 받아 들이는 일이 생길 때, 기자는 헷갈린다. 내가 별나 그런가, 아니면 저 사람이 대범한 것일까? 식구는 다르겠지 싶어 아내에게도 몇번 물었지만, 그 역시 십중팔구 나를 오히려 이상하게 쳐다 보더라.오늘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 보고 싶다.
또 시끄러워지고 있는 의약분업 문제. 의사와 약사가 자기네들 끼리만 붙들고 싸우도록 놔둬야 할 사안일까? 그 일의 주인은 바로 우리 의료 소비자들이라 싶은데? 만약 우리가 주인이라면, 어떻게 분업하든 그것은 먼저 우리가 선택할 일이리라. 그런데도 어찌돼서 정작 주인은 구경꾼 돼 있고 대신 객들이 주인인양 물고 물려 있을까? 우리 일을 대변하라고 뽑아 보낸 국회의원들은 다 어디 갔나?
주인이 주인 노릇 못하니 객이 주인됐다고 기자는 생각한다. 의사 약사 누구를 몰아 죄 덮어씌울 일이 아니리라, 의원들이 제역할 못하니 객이 주인되고 판은 난장판이 돼 버렸느니… 지금도 기자는 믿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해가 달이 돼도 이 문제는 풀리지 못하리라. 기자의 생각이 틀렸나?
개헌론. 국회의원들이 제정신인가? 우리가 어디 헌법 모자라 이 지경인가? 그렇게 법을 잘 만들었다던 중국의 어느 누구는 그때문에 죽었다지 않던가? 대통령을 4년씩 두번하든 5년으로 한번 하든 그게 우리 국민들에게 뭐 그리 다급한 일인가? 그러지 말라! 지금은 다른 할 일들이 태산 같느니라. 뭐 하나 제대로 되고 있는게 있나? 아무리 봐도 제 욕심에 취해 미친 것 같다. 기자의 생각이 또 틀려 버렸나이회창 시비. 국민이 돈 대줘가며 국회를 열어 줬더니 앉아서 하는 일이 뭐? 김정일이가 이회창을 욕하면 어쩌고 칭찬하면 뭐 어쩐다고 거기에 목을 매고 달겨 들어? 물론 김정일이도 그러면 안되리. 결국은 국론분열이나 노렸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민생이 태산인데? 한번 화냈으면 한번 그치자. 파업 중인 의료보험 공단에라도 한번 가보라! 서민들이 발동동거리는 그쯤이야 사소한 일이라고? 어처구니 없는 생각. 기자의 생각이 또 틀려 버렸나?
러시아의 심상찮은 대통령 푸틴이 지금 북한에 들어가 있다. 부산에서 신의주 거쳐 시베리아를 통과하는 극동-유럽 철로도 중요한 관심사라 한다. 일본과 한국의 화물들이 시베리아를 통과하면 엄청난 돈이 자국에 떨어진다고. 한국 역시 일본 화물을 받으면 연간 5억 달러 이상의 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있다.
며칠 전엔 어느 일본 외교관을 만났다. 곧 북한에 들어 가 KEDO 원전 건설 현장에서 2년 동안 근무토록 명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짐작컨데 그에겐 또다른 임무가 주어진듯 했다. "남북한 통일 과정에서 일본은 어떤 식으로 도움 줄까를 설계하라". 물론 기자의 짐작일 뿐. 그러나 남북 분단에 책임을 느끼는 양심적 외교관의 수십년 뒤를 내다보는 비전은 무지랭이 기자를 자책케 할 정도였다. 그는 오히려 통일 비용을 분담토록 어떻게 일본 국민을 설득할지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다. 중요한 자리를 맡은 사람들은 모두들 그렇게 사는 것이다. 더우기 지도자들의 일일 바에랴. 그런데도 우리 선생님들은 뭘 하고 있나? 땅 위로 보내졌던 하느님의 한 심부름꾼 미하일 이야기나 해 보자.
가난한 구두쟁이의 일꾼이 된 그에게 어느날, 수백년 살듯 건장해 보이고 거덜먹거리기 말할 수 없는 고객이 찾아 왔다. "일년을 신어도 상하지 않는 것은 물론 모양 조차 바뀌지 않는 그런 좋은 구두를 만들라!" 그러나 미하일은 그가 떠나자마자 고객이 주고 간 가죽으로 망자(亡者)의 저승길 신발을 만들어 버렸다.
놀란 주인에게 뒷날 그가 한 말. "인간에겐 어떤 능력이 없는가, 인간은 무엇을 갖지 못했는가를 알아 오라고 하느님은 나에게 숙제를 줬습니다. 그때 그걸 알아냈습니다". 고객의 하인이 곧바로 되돌아와, 주인이 급히 죽었음을 알리고 망자용 신발로 바꿔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바꾸었던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건 사랑이다' 하는 식으로 흔히 읽히는 톨스토이의 바로 그 창작설화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자는 하느님이 미하일에게 알아 오도록 요구한 3가지 숙제 중 나머지를 주로 읽었다. 헛된 것이나 찾는 우리 국회의원들 때문일까. 또 기자가 틀려 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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