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성을 싸고 3년 가까이 논란을 빚어온 만화 '천국의 신화'의 작가 이현세씨에게 미성년자보호법 위반 죄를 적용, 유죄가 선고돼 문화계의 반발 등 다시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작가도 300만원의 벌금형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번 판결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음란물의 범위에 대해 법원이 사법적 판단을 내린 첫 사례여서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이며, 예술작품의 표현과 창작의 자유에 족쇄를 채우는 일이 아닌지,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만화가 중의 한 사람인 이현세씨의 '천국의 신화'는 동북아시아 고대 신화에 뿌리를 두고 창세기에서 환웅시대를 거쳐 발해 멸망까지를 그린 대하 역사만화다.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지 않던 시대의 원시적인 야만성을 지양하고 인간 본연의 영성(靈性)과 철학을 이끌어내 문명시대로 나아간다는 내용이 주제다. 이 때문에 여성과 동물의 성행위, 원시부락의 혼음 장면 등이 부분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사법부는 이 만화를 청소년의 성욕을 자극하고 정상적인 성적 도의관념을 헤친다는 점에서 유해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엄격하게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만화의 몇몇 부분을 떼내어 작가보다 더 큰 상상력으로 확대 해석해 음란물로 규정한 결과가 아닐는지. 또한 이번 판결은 지난달 30일 영화 '거짓말'에 대한 무혐의 결정과 형평성이 어긋날 뿐 아니라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작가의 상상력을 옥죄고 창작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우려를 금치 못하게 한다.
예술작품을 법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며, 전체적인 작품성을 보지 않고 극히 일부분만 문제 삼아 단속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3차 일본대중문화 개방 이후 일본 만화가 물밀듯 밀려오는 상황에서 우리의 대표적인 만화가의 창작의욕을 꺾어 버린다면 만화 발전의 저해 요인이 되고 걸림돌로도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도 이젠 성 표현의 수준이 높아졌으며, '천국의 신화'는 이미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 결과 심각한 위험성은 없다고 판정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법의 잣대로 굳이 일관성도 없이 표적으로 삼은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다.
예술가에겐 우리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존중돼야만 한다. 문화예술은 법의 잣대로 재단하고 단속하기보다는 민간자율기구의 감시 기능을 강화해 바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보다 성숙한 방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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