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날치기 국회,치유불능인가

새천년에 희망의 정치를 약속하고 출범한 16대 국회도 날치기·단독 처리의 악폐를 답습해 여간 실망스럽지않다. 어제 국회 운영위에서 민주당과 자민련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해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 수 있게하는 국회법개정안을 날치기 통과시키고 재경위에선 2차구조조정과 직결된 금융지주회사법 등 5개법안을 단독처리한 것이다. 여당이 이런 사안을 날치기·단독 처리하겠다고 나선 것부터가 잘못된 발상이다.

4·13총선에서 17석 밖에 얻지못해 자민련이 국회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게된 것은 자민련에대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인데 여당이 공조세력의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이를 뒤바꾸려했던 것이 문제였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정략적으로 교섭단체구성 요건을 20명에서 10명으로 낮추려 한 것은 한마디로 총선민의에 대한 도전이라할 것이다. 설사 16대국회에선 의원정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교섭단체구성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치더라도 국회운영규칙을 바꾸는 문제를 교섭단체간의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려는 태도는 용납되기 어려운 것이다.

경우가 이렇게 뻔한데도 증거도 불확실한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이면합의를 내세워 운영위원장도 아닌 간사가 사회를 맡아 욕설과 발길질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를 일방처리했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여권의 태도라하겠다. 재경위도 운영위의 날치기운영의 소동속에 향후 국정운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5개법안을 단독처리함으로써 이들 법안에대한 야당의 의견을 완전히 배제해버린 것이다. 특히 금융지주회사법은 야당이 관치금융청산법안과 병행처리하자는 입장이어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었던 것이다. 구조조정의 문제는 국민 각계의 합의가 절대적 전제가 되어야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단독처리는 앞날의 갈등을 우려케한다.

남북문제를 포함한 동북아정세의 급변속에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불투명하고 제2구조조정이 제2 경제위기여부를 결정하는 중대한 시기에 국회를 이렇게 끌고간다면 국민불안은 걷잡을 수 없다. 여당은 먼저 이같은 날치기 처리에대해 국민앞에 사과하고 야당과의 협상을 다시시작해야할 것이다. 여당이 태도를 바꾸지않고 본회의까지 날치기로 밀어붙인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 야당도 자민련과의 접촉에서 이면합의설이 흘러나왔을 정도라면 그것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처신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자민련은 이번 풍파의 핵심에 있는 만큼 또다시 국력소모적 정쟁의 불씨가 되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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