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로당·보육원 '땀띠나는 여름'

폭우가 지나가고 다시 더위가 덮친 25일 낮 대구 침산동의 ㅂ노인정. 10여명의 노인들이 한대의 선풍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 더위를 쫓고 있었다. 선풍기는 회전장치가 고장나 더운 바람을 한 곳으로만 날렸다. 온 몸을 늘어뜨리고 쉴 새없이 부채질을 하고 있는 한 할머니는 "사람도 고물이고 선풍기도 고물이고, 다 고물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곳의 회원은 40명 가깝지만 이처럼 노인정이 덥다보니 하루 10여명밖에 찾지 않는다. 김모(77·북구 침산동) 할아버지는 "더운 노인정에서 생활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그저 산바람이 불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 수성동의 ㅅ노인정. 할머니 방에는 선풍기 2대가 돌아가고 있지만 선풍기가 1대밖에 없는 할아버지 방은 발길이 끊겨 임시 폐쇄한 상태다. 한 할아버지는 "경로당이 문을 닫는 바람에 노인들이 모일 곳이 없어 더운 날 집안에만 있으려니 갑갑해 못 견디겠다. 친구들을 만날 수 있도록 대구시나 구청에서 경로당을 시원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내 경로당을 비롯한 복지시설들이 냉방장치가 거의 없는 '찜통 시설'속에서 '땀띠나는 여름나기'에 지쳐있다. 현재 대구시내 998개의 경로당 중 에어컨을 설치한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선풍기조차 넉넉하게 갖추지 못한채 무더운 여름을 나고 있다. 이처럼 경로당의 냉방시설이 열악하기 짝이 없는 것은 당국이 겨울철 난방에만 예산을 책정(경로당별 월 평균 60만∼90만원)하고 있을 뿐 여름철 무더위에 대한 예산은 한푼도 지원을 않고 있는 게 주 원인이다.

그나마 독지가들의 찬조마저 IMF이후 끊어져 한달 7만원의 운영비와 회비로 하루하루 경로당을 경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경로당 회원들이 어렵사리 비용을 모아 선풍기를 마련하고 있으며, 회원이 적어 선풍기 구입조차 어려운 경우도 적지않아 노인들이 여름철만 되면 갈 곳이 없어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회원이 100여명인 침산3동 경로당은 몇년동안 선풍기 두대로 여름철을 견디어오다 올해 매달 2천원씩 낸 회비를 아껴 에어컨을 설치했다. 정모(72)할아버지는 "지금껏 활짝 열어 놓아야 했던 방문을 닫고 자동차 소음과 매연에서 벗어나 천국같다. 하지만 여름철 상하기 쉬운 음식을 보관할 냉장고가 없어 걱정이다"고 말했다원생 58명이 12개 방에 나뉘어 생활하는 북부 ㅅ보육원은 특활실과 사무실에 에어컨이 있을 뿐 선풍기조차 한대꼴로 돌아가지않고 그 것마저 고장난 게 많다.

이처럼 대구시내 19개 보육원 수용 아동들은 경제난이후 후원금 감소와 냉방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의 전무로 찜통같은 여름을 보내고 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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