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현대 구조조정위원회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민사소송을 강행함으로써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직접 피고로 지목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파문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 회장이 계열사간 분쟁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이 회장으로 대변되는 MH(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 가신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손보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경영퇴진 선언이후 잠행에 들어갔던 MH가 이번 소송사태를 계기로 움직임을 재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자칫 MJ(정몽준 현대중 고문)-MH간 갈등이 표면화될 것이란 관망도 나오고 있다.
▲이익치 회장 피고 포함 배경=소송의 상대방(피고)으로 이익치 회장이 포함된 점은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관측이다. 이번 소송의 피고는 현대전자와 현대증권 등 2개 법인과 양사 최고경영진인 이익치 회장과 박종섭 사장이다. 특히 타깃은 직접 '손실보전 각서'를 작성한 이 회장에게 맞춰진것으로 보는 분석이 높다. 최근 MJ 진영에서 나돌고 있는 '이익치 인책론'과 맞물려있다는 시각이다. MJ의 한 측근은 "각서를 작성했음에도 이 회장이 발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강행한 배경도 결국 이 회장에 대한 옥죄기 차원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전날 MH가 '원만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음에도 MJ가 소송까지 강행한 것은 MH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이 회장에게 칼날을 겨누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얼마가지 않아 이번 소송이 '형식소송'에 그칠 가능성도있어 소취하로 사태가 극적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MJ의 의중은=MJ는 '친(親)MH'와 '반(反)가신'이라는 이원화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높다. MJ는 형인 MH와는 두터운 우애를 과시하며 특별히 반감(反感)을 품고 있지 않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 측근은 "피는 물보다 진한 것 아니냐"면서 "MJ는 전날 MH의 손실보전 약속에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MJ 진영에서 반(反)이익치 정서는 뚜렷해 보인다. 이번 분쟁은 물론이고 최근 일련의현대사태가 MH 측근인 이 회장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엿보이고 있다. 특히 MJ 진영에서는 최근의 중공업 지분변동이 이 회장의 작품이라는 시각속에서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주목할 점은 MJ가 현단계에서 중공업 경영권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MJ로서는 중공업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되 정씨 가계상으로 '자기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법정에서 다툰다=그러나 MJ가 직접적으로 이 회장을 공격하는 태도는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당분간 장외공방은 소강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법정다툼이라는 '외피'를 빌려 이 회장의 책임을 도마위에 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금감위와 공정위의 부당내부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이 회장의 법적 책임이 제기된다면 형사고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딜레마에 빠진 MH=계열사간 분쟁이 확산일로로 치닫자 MH가 '소방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지만 이날 소송강행으로 모양새가 좋지 않게 됐다. MH는 계열사간분쟁을 '책임지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진짜 목적은 '가신보호'에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분쟁이 가신그룹에까지 불똥이 튀려는 조짐을 보이자 MH가 즉각 대응에 나선 것도 이런 차원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이면에는 인책론이 대두된 이 회장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가장 컸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MH로서는 이 회장등 가신보호를 전제로 한 손실보상 약속이 무산됨에 따라 딜레마에 빠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사재출연론 또다시 대두=지난 5월말 현대투신 사태의 한 해법으로 제시된 사재출연론이 또다시 대두된 점도 MH진영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채권단은 현대건설 금융지원 대가로 정주영 전 명예회장 일가의 사재출연을 강력히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동차 계열분리의 전제조건으로 정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9.1%를 조속히 매각,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건설에 출연해야 한다는 입장을 세웠다는 후문이다. 이는 MH가 현대전자 주식을 매각해서라도 현대중이 입은손실을 보상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과 맞물려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현대는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으나 누란지세로 치닫고 있는 현대의 상황으로 볼 때 MH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돌파구를 찾는 길이 사재출연이 아니겠느냐는 관망이 현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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