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스팔트위의 스포츠 스케이트보드

대구 국채보상 기념공원 한 귀퉁이 달구벌 대종각 앞 광장.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풍경이 생겨났다. 헐렁한 품, 건빵 주머니, 종아리가 훤히 드러날 만큼 짧은 '카코 바지'를 입은 젊은이들. 맹렬한 속도로 스케이트 보드를 달려 장애물을 훌쩍 뛰어 넘는다. 키보다 더 높이 하늘로 솟구친 뒤에는 보드를 요리 조리 비틀기까지 한다. 이른바 스케이트 보드 고수들이 뽐내는 '플립 기술'.

자유와 도전, 스피드와 젊음으로 상징되는 '아스팔트 위의 스포츠맨'. 이들은 도시의 회색빛 광장을 형형색색으로 색칠하는 솜씨 좋은 화가들이다.

스케이트 보드 경력 10년의 서우정(26)씨. 이곳 익스트림(극한) 스포츠맨들의 맏형이자 '벌룬 아티스트'이다. 한국 풍선협회 소속으로 각종 행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선 조형물을 만드는 일이 직업. 그는 일주일에 서너번씩 이 공원 광장을 찾아 스케이트 보드를 즐긴다.

여기서 묘기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공원 건설 공사가 한창이던 1998년부터. 무작정 스케이트보드가 좋다는 그의 꿈은 프로선수가 되는 것. 국내엔 아직 프로팀이 없지만 미국·일본·캐나다 등에는 오래 전부터 프로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고.

초창기 이 광장을 찾던 동료는 두류공원에서 함께 스케이트 보드를 즐기던 5,6명이 고작이었지만 지금은 동호인이 크게 늘었다. 주말엔 40명 이상이 북적댄다. 30, 40대 직장인들도 가끔씩 찾아와 비법을 전수 받아 간다. 동호인들끼리 조금씩 돈을 모아 쿼터 파이프, 박스 점프대 등 스케이트 보드 묘기에 필요한 설비도 갖췄다.

"언뜻 보기엔 경쾌하고 간단해 보이지만, 좀 어렵습니다. 제자리서 점프하는 초급 기술 '알리'를 배우는 데도 3개월 정도 걸리지요". 10년이 지나는 동안 서씨의 팔다리는 온통 흉터가 차지했다.

"찢어지고 긁히는 건 기본이에요.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골반을 다쳐 몇달 동안 고생하는 사람도 많아요". 입문 8개월째인 '킹핀'도 한마디 거든다. 그는 대학 1학년인 윤호근(20)씨. 몸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면 부러지기 일쑤인 스케이트 보드 부속품 이름이 그의 별명이 됐다.

그는 8개월 사이에 6개의 강철 킹핀을 부러뜨렸다. 그런 열성이니 '킹핀'은 학교 갈 때도 스케이트 보드를 빼놓을리 없다. 학교 건물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는데 무척 편리한 것도 이유. 시간도 단축되고 심심하지도 않다.

스케이트 보드는 혼자 배우는 레저가 아니다. 계단이나 난간을 미끄러져 가는 '그라인딩', 발로 보드 뒷부분을 들어 지그재그로 나아가는 '틱택', 빨래판 코스를 뛰어넘는 '호핑'…. 이런 기술을 배우는 데는 고참들의 경험과 요령 전수가 필수. 국채보상공원의 젊은이들은 누구에게라도 자신의 기술을 무료로 전수해 줄 용의가 있음을 강조했다.

뉴욕 뒷골목에서 생겨났다는 스케이트 보드. 이제 어두컴컴한 뒷골목의 문화가 아니라 넓은 광장으로 달려 나온 신세대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曺斗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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