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연구진이 10일 '포항 송도해수욕장 백사장 유실의 상당 책임은 포철에 있다'는 요지의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잠정대립 상태였던 송도동 주민과 포철간 대립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주민들은 "이같은 용역결과는 곧 포철이 주민들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입장과 함께 보상문제를 두고 포철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태세다.▲용역결과와 현황=송도백사장 모래가 유실되기 시작한 것은 포철부지 조성을 위해 형산강 하구 및 영일만 일대에서 준설작업이 벌어진 지난 68년부터. 용역결과 포철은 이 일대에서 2천430여만t의 모래를 빼내 제철소 부지를 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인해 백사장 부근의 해류흐름과 지형의 균형이 깨진 것이 유실의 시초라는 것.
특히 79년 대규모 해일로 모래가 씻겨나가자 이후 포철은 방사제(防沙堤) 3개를 설치하고 준설선을 동원해 보강했으나 침식은 계속됐고, 98년 태풍 '예니' 내습 당시에는 무려 2만t 가량의 모래가 물속으로 사라져 버릴 정도로 백사장 유실은 계속되고 있다.
▲주민주장=이미 송도백사장 유실에 따른 금전적 피해가 1천억원대에 이른다고 주장해온 주민들은 포철이 협상에 미온적이거나 이를 외면할 경우 시위 등 집단행동과 함께 소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현실적인 보상을 받아낸다는 계산이다.
포철건립 이전만 하더라도 전국 최고의 수질과 경관을 자랑하던 송도해수욕장이 제철소가 들어선 다음부터 백사장의 모래가 사라져 버림받은 바다가 됐고, 이곳에서 생계를 꾸려온 주민들은 생활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들어 포철로부터 그간의 피해에 대해 보상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마침내 포항시는 지난해 4월 한동대에 용역을 의뢰했고 연구진은 지난해 연말 중간보고를 통해 포항제철 건설로 송도동 일대를 비롯한 제철소 인근의 해안선 변경이 모래유실의 주원인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이 포철에 본격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때부터. 송도해수욕장 인근에서 관광객 등을 상대로 생계를 꾸려온 130여명의 주민들은 피해보상대책위를 구성, 포철과 협상을 시도하는 한편으로 "결과가 나올때까지 좀 더 두고보자"는 포철측을 압박하기 위해 가두시위를 벌이는 등 이 문제가 부각된 이후 지난 8개월 동안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포철의 입장=이같은 주민주장에 대한 포철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한동대측의 연구결과도 100% 수용하기는 힘들다는 눈치다. 포항시가 한동대에 의뢰한 것과는 별도로 포철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 같은 사안을 두고 용역을 맞겨둔 상태고 빠르면 내주중으로 예상되는 산과연측의 연구결과 발표까지 두고 보자는 입장.
포철은 산과연의 용역에서도 한동대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어쩔수 없이 포항시나 시의회 또는 주민대표 등 관련 당사자측과 대화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상이한 결과가 나온다면 이를 토대로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포철은 또 "설령 포철이 송도백사장 유실의 직접 원인 제공자라 하더라도 지금와서 이를 이유로 주민들과 직접 피해보상 협의와 이에 따른 보상착수 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어떤 경우라도 법을 통한 문제해결이 순리"라고 말하고 있다이번 송도해수욕장 문제는 포철에게 전혀 다른 문제로 부담을 주고 있다. 포철과 포항 시민간 정서적 갈등이 그것. 포철은 지난 30여년간 포항 시민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겪어왔다. 특히 지난해 본사사옥 시내 이전 백지화 선언으로 양측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고 이 문제가 힘겹게 봉합되는 시점에서 송도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1년여간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어버릴 우려가 있고 양측의 관계를 더욱 꼬아놓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 또한 높다는 것이다.
▲예상되는 파장=포항 송도해수욕장의 백사장 유실이 포항제철소 건립에 따른 해저토사 준설과 해안선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연구결과는 포항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환경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국토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지난 70년대 이후 남.서해안 전역에서 과다할 정도의 매립과 준설이 이뤄졌다. 그러나 조수간만의 차가 적은 포항에서 이같은 문제가 불거졌다면 하루에도 수면 높이가 10m 안팎으로 변하는 남.서해안의 환경변화는 이보다 훨씬 심하고, 포항에서 불거진 문제는 '새발의 피'에 불과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영일신항만 공사를 비롯, 전국 해안가 전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방파제 축조 공사 역시 사전 환경영향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소량의 토사유출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포항문제'가 전국 해안가 전역을 피해보상 문제로 들끓게 할 단초를 제공할 우려 또한 없지 않다.
포항.朴靖出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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