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북 탈락 박말임 할머니 마지막 소원

◈북 큰아들 한번만 더 봤으면..."지난 85년 남북 고향방문단 교환 방문때 만난 큰 아들을 한번 더 봐야 죽어도 여한이 없을 텐데..."

지난 85년 9월20일 분단 40년만에 처음으로 남북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의 서울과 평양 교환방문 당시 북한에 살고 있던 큰아들 강신익(66)씨를 서울에서 극적으로 상봉했던 박말임(86.여.서울시 동대문구 답십리5동) 할머니의 이세상 마지막 소원이다.

박할머니 가족은 해방 이듬해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큰 아들 신익씨의 뒷바라지를 위해 고향인 경북 봉화군 법전면 척곡리 양지마을에서 상경, 돈암동 전차 종점네거리 인근에서 살았다. 그러나 박할머니는 6.25 발발로 피난도중 아들을 잃고 생사조차 모르다가 헤어진지 35년만에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고향방문단의 일원으로 찾아온 아들을 만나게 됐다.박할머니는 큰아들을 보자마자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그만 실신하고 말았다. 박할머니의 실신장면은 당시 국내외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이산가족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금도 이산가족 상봉 소식과 관련한 자료화면에는 박할머니의 상봉장면이 사용될 정도.

"지금도 당시 큰 아들과의 만난 생각을 하면 생시인지 꿈인지 모를 정도로 실감이 나지 않아. 신익이가 선물로 가져왔던 담배며 술, 옷가지를 지금까지 고이 간직하면서 아들 생각이 나면 들추어 보곤 해. 아들의 체취가 묻어 있는 것 같아서…"박할머니는 큰 아들 신익씨가 지금이라도 '오마니' 하면서 달려와 품에 안길 것만 같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8.15 이산가족 방문단의 상봉을 앞두고 있는 요즘 당시 자신의 상봉 모습이 거의 매일 TV화면을 통해 나오지만 박할머니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차남 장조(61)씨와 딸 신강(56)씨 등이 박할머니를 8.15 이산가족 방북자로 신청을 했으나 탈락했기 때문. 아들 장조씨는 "이번 이산가족 방북에 탈락했다는 소식을 어머니에게 들려주자 며칠간 식음을 전폐하다시피해 건강상태가 더욱 나빠져 가슴이 메인다"며 말끝을 흐렸다.

봉화.金振萬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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