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 탄생의 시발점이 됐던 55년 전의 8월15일 기념일날, 세계 각국에선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다. 그러나 일본은 침략전쟁 사망자들을 여전히 신같이 받듦으로써 극우주의 망령을 새삼스럽게 했다.
○…일본은 이날을 '패전 기념일'로 지내면서 법무상 등 각료 9명이 2차 대전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도쿄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했다. 그 중 법무상·운수상 등은 공인 자격으로 참배했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 등 초당파 의원들로 구성된 '야스쿠니 신사를 다같이 참배하는 국회 의원 모임' 소속 의원 78명도 이날 참배했다.
○…2차대전 말 수천명의 일본군이 사망한 태국 북부 쿤유남이라는 오지 마을이 관광 명소로 변했다. 1945년 버마·인도에서 패해 태국 쪽으로 후퇴하던 일본 15군 소속 2만여명이 정글 속을 행군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것.
일본측은 1978년 첫 유골 발굴에 나서 362구의 유골을 수습했으며, 98년엔 7천여구의 유골이 묻힌 39개 장소를 확인했다. 이때문에 일본 군 출신들과 그 가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이 마을이 콰이강의 다리와 같은 관광지로 변하고 있다. 방문 일본인은 하루 평균 30∼40명 꼴.
○…중국 국무원은 세계 최대의 세균전 실험 기지였던 하얼빈 근교 일본 관동군 731부대 유적지에 평화공원과 박물관을 조성해 영구히 보존키로 결정했다. 중국은 이 공원과 박물관을 유네스코에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해 일본의 잔학상과 전쟁의 비참함을 세계에 알리고 평화교육의 장소로 삼을 계획이다.
한국인을 포함해 1만명 이상의 포로와 민간인이 731부대에서 세균전의 생체 실험을 받고 해부 당한 것으로 드러나 있으며, 이곳에서 제조된 세균전 무기로 2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유적지는 6만㎢에 달한다.
○…영국의 '선'신문은 15일자에서 2차대전 당시 일본군 포로로 잡혀 수용소에서 혹독한 고문과 잔학행위를 당한 영국군 포로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2개 면에 걸쳐 강제노동과 고문, 굶주림을 견뎌낸 영국군 포로의 참상을 다뤘다.
영국군 포병으로 1942년 싱가포르 함락 후 포로가 된 봅 리스터(79)씨는 "영국군 장교 가운데 두사람이 우리가 개집이라고 부르던 곳에 3일 동안 갇혀 있다 끌려 나간 후 자신들의 무덤을 직접 파고 나서 총검에 찔려 죽었다"고 전했다.
또다른 참전용사 존 맥케완(79)은 다른 포로와 함께 말레이반도 해변에서 강제로 구덩이를 팠고 일본군 병사들은 공포에 떠는 중국인 민간인들을 기관총으로 사살했다고 회고했다.
○…홍콩 사회단체들은 15일 일본 영사관 밖에서 일본의 2차대전 항복 55주년 기념 시위를 가졌다.
시위자들은 중국에서 저지른 잔혹행위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일본 영사관 관리에게 전달한 청원서에서 "일본 관리들은 전범 숭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인도·파키스탄·콩고 등도 15일 독립기념일을 맞았다.
그러나 독립 53주년의 인도에서는 분리주의 반군의 총파업과 열차 폭탄 테러로 10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로 얼룩졌다.
독립 40주년인 콩고에서도 여전히 우울한 분위기가 지배해, 대통령은 기념 연설을 통해 "40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불행히도 여전히 출발점에 서 있다"며, 증오와 분열의 극복을 호소했다. 콩고에서는 정치·인종 분쟁으로 인해 지금까지 2만명 가량이 사망하고 80만명 가량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독립 53주년인 파키스탄에서는 작년 쿠데타로 군부 무샤라프 장군이 집권, 민주화 조치 여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외신종합=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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