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이산가족 표정

너무도 오랫동안 그리움의 고통속에 살아온 남편, 아내, 시어머니가 마침내 혈육들을 얼싸안는 순간, 집에 남아 TV를 지켜보던 가족들도 함께 울었다. 이들은 비록 서울로, 평양으로 함께 갈 수는 없었지만 누구보다 이산의 아픔을 생생하게 지켜보며 살아왔기에 그 감격, 그 감동을 놓치지않으려 하루종일 TV앞을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밤늦도록 잠을 이루지못하며 집을 떠나 상봉의 충격에 뒤척일 가족들을 그렸다.

##北 가족들에 항상 미안

○…15일 오후 TV 화면에 평양의 여동생 김정숙(63)씨를 만나고 있는 김각식(71.대구시 달성군 다사읍)씨의 모습을 발견한 아내 신무생(62)씨는 또 한번 눈물을 쏟았다. 신씨는 남편이 고려항공에 탑승하기전 전화를 걸어와 "북의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죄스러웠다"며 "어제밤 호텔에서 밤잠을 설치며 동생에게 무슨말을 해야할 지 고민했다"는 말을 했다며 안쓰러워했다.

##北 처남 대구 초청하고 싶어

○…북한에서 온 남동생 양원렬(69)씨를 만난 양용생(75.대구시 수성구 상동 315의8) 할머니의 모습을 TV로 본 남편 이수철(76)씨는 "역시 감개무량하다. TV를 통해 장가갈 때 처가집에서 잠시 본 처남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다. 이산가족의 왕래가 원활해 진다면 대구로 초청하고 싶다"고 감격해했다.

평양으로 가는 강성덕 할머니를 서울에 모셔 드리고 온 며느리 서명자(45.달서구 진천동)씨는 15일 하루종일 강 할머니를 비롯한 이산가족들의 상봉장면을 TV로 지켜보면서 터져 나오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서씨는 "50년만에 이루어진 시어머니와 언니 순덕씨의 상봉장면을 보면서 코 끝니 찡해지고 가슴이 벅차 올랐다"며 내내 상기된 표정이었다.

金敎盛기자 kgs@imaeil.com

金炳九기자 kbg@imaeil.com

○…서울에서 북한의 동생 김치효(69)씨를 만난 맏형 김치원(85)할아버지와 부인 노수조(82)할머니가 살고 있는 경북 경산시 백천동 윤성아파트 103동 205호.

슬하의 6남매를 모두 출가시키고 노부부 끼리만 살고 있는 이곳 아파트의 이웃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김씨 할아버지를 화제로 삼고 한보따리의 얘기꺼리를 갖고 돌아오길 기대.

##이웃주민도 같이 눈물

○…남북 이산가족의 극적인 상봉이 이뤄진 15일 이산가족과 이웃해 살고 있는 주민들은 자신의 기쁨인냥 상봉드라마를 지켜보며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류인자(60.여.부산시 연제구 연산4동)씨가 북한 원로학자인 아버지 류렬(82)씨와 50년만에 만나는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던 류씨의 이웃주민 구영애(59.여)씨는 "그토록 인자씨가 그리워했던 아버지를 50년만에 만나는 장면을 보니까 내일처럼 감격스러워 눈물이 자꾸 흘러 주체할 수 없었다"며 "오늘 역사적인 만남을 지켜보면서 남북이 한핏줄이라는 사실과 함께 다시는 이같은 비극이 없어야 겠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우리 오빠도 찾았으면…

○…반세기만에 남편 이복연(75)씨를 만나러 평양으로 떠난 안동시 동부동 이춘자(73)씨 이웃 주민들은 15일 온종일 TV 화면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등 이산가족 상봉이 마치 자신의 일인양 모두들 가슴벅차했다.

서울과 평양에서 상봉 장면이 TV로 방영되기 시작하자 이웃 주민들은 너나 할 것없이 감격에 찬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6.25 난리통에 오빠를 잃어버렸다는 주민 권혁필(71.여)씨는 "이춘자씨 남편처럼 우리 오빠도 불현듯 나를 찾아줬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방바닥에 엎드려 하염없이 흐느껴 주위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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