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대나무 잎보다 가볍고, 무공(武功)은 드넓은 사막의 모래처럼 흩어지리라.공허한 무협을 관념으로 한 단계 높인 대만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臥虎藏龍·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이 19일 개봉했다.
'결혼피로연''음식남녀'의 리안. 생활에 파묻힌 인생을 소품처럼 꺼내 다정다감하게 그려낸 그가 본격 무협물에 뛰어든 것이 의외다. 그러나 해탈과 관념의 짙은 동양적 정서가 가득한 '와호장룡'을 보면 그의 재능은 끝이 없어 보인다.
'누운 호랑이와 숨은 용' 제목에서 암시하듯 '와호장룡'은 무림 영웅들의 전설을 그리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제까지 '들러리'에 불과했던 여인을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중국 청조 말엽. 당대 최고의 문파인 무당파의 수장이 자객 '푸른 여우'에 목숨을 잃자, 무당파의 무인 리무바이(주윤발)는 강호를 떠날 결심으로 보검 청명검을 수련(양자경)에게 맡긴다. 수련은 사부의 친구인 옥대인에게 청명검을 넘기지만 전설의 검은 깜쪽 같이 사라진다. 청명검을 찾던 중 수련은 옥대인의 딸 용(장지이)을 알게된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혼인을 앞두고 있는 용은 겉보기엔 연약하지만 엄청난 무공의 소유자. 수련은 한 눈에 용을 알아본다.
왕두루의 소설을 각색한 '와호장룡'은 스토리만 보면 전형적인 무협물이다. 강호를 떠도는 네 명의 영웅들. 그들 사이의 로맨스와 갈등. 그러나 왕자웨이의 '동사서독'에 가깝다. 물론 '동사서독'처럼 나른하지 않지만 스펙터클한 액션에만 치중하는 무협물과 달리 긴 여백이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특히 액션 장면은 압권이다. 청명검을 훔친 용이 주점에서 무사들과 펼치는 액션이나, 용이 수련과 대련하는 장면, 지붕을 타넘으며 벌이는 용과 수련, 리무바이의 추격전은 홍콩 무협 영화의 경쾌함을 한 단계 높이고 있다. 무협고전인 '협려'를 업그레이드시킨 대나무 숲 결투신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동사서독'처럼 중국 대륙의 광활한 배경도 잘 살려냈다.
'리틀 공리'라 불리는 장지이의 매력, 리안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광대한 스케일 등도 볼 만하다.
영화DB 사이트인 imdb(www.imdb.com)의 평점은 9.1(10점 만점). 국내 평론가들도 '승천하는 무협영화의 경지를 보다''무협지로 걸작을 만들다'는 찬사와 함께 대부분 별 다섯 개 만점을 주고 있다. 2000년 작, 러닝타임 120분, 12세 관람가. 19일 씨네아시아 개봉
金重基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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