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 핵잠 사고원인은 '충돌' 추측

지난 12일 바렌츠해(海)에서 침몰한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의 사고 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러시아 정부 관리들과 언론이 타국 잠수함과의 충돌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러시아 이고리 세르게예프 국방장관은 21일 ORT TV와 인터뷰를 갖고 쿠르스크호는 비슷한 크기의 물체, 아마도 다른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세르게예프 장관은 또 구조팀이 지난주에 쿠르스크호의 위치를 찾는 동안 그런물체가 탐지됐으나 정체를 파악하기 전에 사라졌다고 주장하면서 외국 국적의 비상신호 부표가 사고 해역에서 목격됐다는 이전의 주장도 되풀이했다.

그는 이어 사고 당일인 지난 12일 쿠르스크호 침몰 이후 세번째 폭발음이 감청됐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지금까지 러시아와 서방 전문가들은 폭발이 두 차례 밖에없었다는 사실에 의견을 같이 했다.

인테르팍스도 이날 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 침몰한 쿠르스크호에서 330m 떨어진 곳에서 다른 잠수함의 난간 파편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발견된 파편이 수년 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쿠르스크호 사건과의 연관성을 성급하게 결정할 수는 없지만 쿠르스크호는 외국 잠수함,특히 영국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이에 대해 영국 잠수함 파편이 쿠르스크호 인근에서 발견될 가능성을 적극 부인했으며 러시아 북해함대 대변인 블라디미르 나브로츠키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파편 발견 보도를 일축했다.

시보드냐 데일리는 러시아 해군이 사고 당시 미국 잠수함의 노르웨이 항구 진입허가 요청 통신을 감청했으며 미국 잠수함은 속도를 줄인 상태에서 목적지로 항해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측은 자국 잠수함 가운데 두 척이 인근 해역에 있었다고 시인했지만 쿠르스크호와 충돌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 주장했다.

이에 앞서 북해함대 미하일 모차크 사령관은 지난 19일 "쿠르스크호가 첩보 임무를 수행중이던 외국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외교적인 논란을 일으켰었다.

모차크 사령관은 당시 "세 척의 잠수함이 사고 당시 바렌츠해에서 임무를 수행중이었으며 한 척은 영국 잠수함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영국이 통상적으로사고 해역에서 첩보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국방부는 모차크 사령관 발언 직후 "사고 당시 영국 잠수함은 그 지역에없었다"고 반박했다.

#사고 일지 이모저모=

0...노르웨이 북부 바렌츠호(湖)에서 침몰한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의 승무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21일 확인됨으로써 잠수함 생존자 구출을 위해 1주일 간 계속된 필사의 구조작업이 사실상 종료됐다.

노르웨이의 잠수팀은 해저에서 24시간 여에 걸친 사투 끝에 잠수함 선체에 진입하는데 성공했으나 잠수함 내부에 물이 가득 차 생존자는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승무원들의 사체를 인양하는 데 노르웨이 등 국제사회가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최신예 무기와 장비가 탑재된 침몰 잠수함의 선체 인양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나 성공한다 해도 수주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잠수함 인양작업에는 1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일부전문가들은 잠수함이 105m의 해저에 놓여있는데다 1만4천t이나 돼 인양작업이 쉬운일은 아니나 성공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노르웨이 해저 잠수팀이 방사능 유출 조짐을 발견하지는 못했으나 잠수함내 2개 핵원자로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0...이고리 세르게예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쿠르스크호의 승무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자 유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구조작업 과정에서 실수가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러시아 최대 방송인 ORT TV와의 회견에서 "우리 모두는 승무원들의 유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우리는 잠수함 승무원들이 하고자 했던 일들을 결코잊지 못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브랴체슬라프 포포프 러시아 북해함대 사령관도 승무원 118명의 유족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포포프 사령관은 러시아 TV 방송을 통해 성명을 발표, "여러분들의 가족들을 구하지 못한데 대해 용서를 빈다"면서 침통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0...쿠르스크호 승무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잠수함 구조작업에 늑장대응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전례없이혹독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러시아 언론 등 여론은 푸틴 대통령이 잠수함을 구조하는데 신속하게 대응하지못했다고 힐난하면서 침몰사고 당시에도 태연히 휴가를 보내고 있던 푸틴 대통령의태도가 결과적으로 사고의 심각성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헤리티지재단 러시아지부의 예브게니 볼크 소장은 "푸틴 대통령이 (승무원 사망에 따른) 곤혹스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는늑장대응한데다 수세에 몰려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했다.

푸틴 대통령도 비난여론에 당황한 나머지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상태다. 그는휴가를 끝내고 모스크바로 돌아온 이후 방송을 통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구조작업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렸는가 하면 유족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다짐하는 등 여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0...구조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전세기를 타고 러시아 북해함대의 기지가 있는무르만스크 인근의 비두아예보 마을에 모여든 잠수함 승무원들의 가족과 친지 수백명은 이날 승무원 전원 사망 및 구조작업 중단 발표가 있자 한결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승무원 발레리 바우이바리나의 어머니 예카테리나 로고진스카야(69)는 "말할 수없이 두렵다.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면서 "임신한 지 3개월된 내며느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갈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승무원 로만의 어머니 니나 아니키예프(48)도 "믿을 수 없다. 내 직감으로는 아들이 아직도 살아있는 것 같다"면서 "이번 작전이 아들의 첫 임무였다"고 비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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