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8.30 전당대회 결과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군'의 윤곽이 가시화됐다.김대중 대통령이 조기 대권논의가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 "이번 전당대회는 대권.당권과 관계가 없다" 며 최고위원 경선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제한했지만 전당대회 결과는 직.간접적으로 차기 대권구도로 이어지고 있다.
15명의 최고위원 후보 가운데 경선과정에서 차기 주자군에 진입한 인사는 한화갑, 이인제, 김중권, 김근태, 정동영 후보 등 5명. 한 후보는 전국적인 고른 지지를 바탕으로 차기 대권구도를 조율할 '킹메이커' 자리를 굳혔고 이 후보는 금기시되던 '대권론'을 정면에서 제기,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김중권 후보는 전국정당화와 동서화합의 '다리론'을 내세우는 공격적인 선거운동을 통해 차기 주자 반열에 합류했다. 김 후보는 30일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잘 아는 사람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며 지도부 개편론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40대 기수론으로 대의원들의 정서를 파고든 정 후보도 돌풍을 일으키면서 대선 주자군에 진입하는 성과를 이뤄냈고 김근태 후보는 정통 개혁세력의 대표로서 김 대통령의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차기에 대한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김 대통령의 의중을 충실히 읽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김옥두 사무총장이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는 여기에 있는 경선후보들 중에서 선출될 것이다.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차기 대선후보의 윤곽을 시사한 것도 민주당의 차기구도와 관련, 의미있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차기주자 이미지를 굳혀나가고 있다면 여권주자는 이들 5명 가운데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김 대통령은 전당대회를 통해 불거진 차기 대선구도가 조기에 전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후계 구도를 늦추면 늦출수록 여권은 향후 이들간의 본격적인 대권경쟁 때문에 삐걱거릴 가능성이 높다.
또 향후 이들 잠재적인 주자들간의 합종연횡을 통한 세대결 양상도 주목되고 있다. 영-호남 연대를 통해 결속력을 과시한 한화갑-김중권 연대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동교동계의 두 축인 권노갑 고문과 한화갑 후보의 갈등이 결국 차기구도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동교동계는 '양갑'(兩甲)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徐明秀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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