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 한가위는 왜 이리 우울하노',지역공단 근로자들 귀향길

공단마다 근로자들의 한숨소리가 가득하다. "그나마 월급이라도 받으면 다행이죠. 추석상여금이나 선물은 꿈도 꾸기 힘듭니다" 최근 섬유업계를 비롯한 업계전반의 불황과 우방부도 여파까지 겹쳐 지역 근로자들이 유례없이 우울한 추석을 맞고 있다. 특히 대다수 공단지역 근로자들은 밀린 상여금을 '특별보너스'명목으로 받거나 심지어 상여금이 전액 삭감된 대신 10만원 정도의 '떡값'으로 추석을 나야할 형편. 일부 업체 근로자들은 단체협약 에 규정된 '추석상여금'조차 받지못해 노동청에 고소키로 하는 등 즐거워야 할 추석이 '텅 빈' 주 머니로 인해 되레 원망스럽기만 하다.

서대구염색공단 ㄴ업체 이모(39)씨는 "추석상여금 명목으로 52만원을 받았는데 알고보니 10월분 상여금의 50%를 미리 받은 것"이라며 "노조에서 받은 멸치 1박스가 추석선물의 전부"라고 말했다. 서대구염색공단 110개 업체중 노조가 있는 5곳을 제외한 상당수 업체는 추석상여금이 없다. 특히 대다수 사업장 연평균 상여금이 200%정도여서 추석상여금은 '그림의 떡'이고 일부는 10만원 내외의 '위로금'이라도 만족해야 할 형편이다. 이같은 사정은 북구 노원동 3공단도 마찬가지다.

섬유업체와 금속가공업체 등 300여개 업체가 모인 이곳에도 근로자들의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ㅈ업체 이모(36)씨는 "'가불은 있어도 상여금은 없다'는게 회사방침"이라며 "고향 부모님들께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하려면 가불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곳 업체들의 평균 상여금은 200%정도여서 이번에 몇십만원의 추석상여금을 손에 쥔 근로자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추석을 앞두고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상여금을 뒤로 미루거나 직원들에게 알리지도 않은채 최근 폐업을 한 업체도 있다. 달서구 신당동 ㄷ화섬 이모(43)씨는 "추석을 앞두고 회사측이 상여금을 체불해 조만간 노동청에 고 발할 계획"이라며 "이번에 고향에도 내려가기 힘들것 같다"고 말했다.

서대구 염색공단의 이모(39·수성구 시지동)씨. 그가 이번 추석선물로 회사에서 받은 것은 술 1병과 양말 두 켤레가 전부다. 회사는 추석상여금이라며 52만원을 주었지만 사실은 10월달 지급 보너스의 50%를 미리 준 것일 뿐이다. 보다 못한 노조에서 따로 돈을 거둬 멸치 1박스씩을 준비해 직원들에게 나눠 주었다.

그는 "회사에서 배를 몇 박스 싣고 왔길래 혹시나 했는데 협력업체 사장들에게 돌리는 것이었다"며 섭섭한 눈치였다. 그나마 이씨의 경우는 나은 편.

성서 ㄷ 화섬의 김모(36)씨. 그는 회사가 사정이 어렵다며 단체협약에서 정한 80%의 추석 상여금을 주지 않아 회사대표를 노동청에 고소할 계획이다. 그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빠듯한 생활을 해오고 있는 판에 명절 쇨 상여금을 주지않으면 빈손으로 고향에 가란 말이냐"며 울분을 삼켰다.

경북 고령 ㅈ 제직업체. 이 회사 30여명의 근로자들은 추석상여금은 고사하고 당장 밥을 굶을 판이다.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폐업을 통보를 한 후 지난 7일 새벽, 공장의 기계를 모두 빼돌리고 문을 닫아버렸다. 이 회사 직원들은 사흘째 회사 근처를 서성이고 있지만 회사 대표가 종적을 감춘 상황에서 눈앞만 캄캄할 뿐이다.

대표 업종인 섬유경기의 끝모를 불황과 전방위로 터지고 있는 부도사태로 생산현장의 근로자들이 추석조차 제대로 못 쇨 형편에 놓여 있다. 예년같이 추석밑에 볼 수 있던 특별보너스, 귀성차량 제공, 선물꾸러미 등은 실종상태다. 110개 업체가 있는 서대구 염색공단의 경우 노조가 있는 5군데를 제외한 나머지 105개 사업장에서는 별 도의 추석상여금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대신 10만원 정도의 '떡값'이 고작이거나 정기 보너스를 ' 특별상여금'으로 이름붙여 생색을 내는 게 전부다. 이 같은 사정은 북구 노원동 3공단도 마찬가지다.

300여개의 섬유업체와 영세 금속가공업체가 모여있는 이 곳 근로자들은 평균 200%로 정해져 있는 연간 상여금을 회사가 멋대로 3등분해 지급하고 있지만 이번 추석에는 이 마저 제대로 주지않는 업체가 많은 실정이다.. 한 근로자는 "회사에서 가불은 해줄 수 있어도 상여금은 없다'는 희한한 방침까지 세워놓고 있다"며 "고향 부모님께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준비하기 위해 가불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지역섬유노조 관계자는 "최근 우방이 쓰러지는 등 대구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는 이유로 지역업체 들이 상여금을 주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공단마다 아예 상여금은 기대도 않는 근로자들의 한숨 소리가 가득하다"고 말했다.

#무겁고 쓸쓸한 추석이지만 그래도 추석은 추석입니다. 추석 귀향길 스케치기사를 모읍니다= 경기위축으로 귀성객들은 어느해보다 힘든 추석을 맞고 있지만 그리운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만은 가 벼워보였다. 사실상 추석연휴에 들어간 9일 오전부터 동대구역, 고속버스터미널 등에는 선물꾸러미를 든 귀성객들 만 5천대로 추정했으며, 추석연휴기간중 지역에는 평일보다 22.3% 증가한 180만대의 귀성차량들이 고 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대구역의 경우 9일 하루 2만 4천여명의 귀성객들이 대구에 도착했고 2만여명이 고향으로 가는 기차 에 몸을 실었다. 이날 오전부터 선물보따리를 든 귀성객들이 몰리고 있으나 13일 상행선을 제외하고 입석표가 아직 남아있다. 고속버스터미널의 경우 오전 10시 현재 예매율이 30%대를 보이고 있지만 오후부터는 귀성객들이 크게 붐벼 일부 노선은 매진있으며 대구공항은 귀성객들이 서두르면 오후 1시이후 서울로 가는 비행기표는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는 이번 추석이후 쉬는 날이 하루여서 귀성때보다 귀경길이 휠씬 복잡할 것 으로 예상했다. 李鍾圭기자 jongku@imaeil.com

추석 화폐 발행액 급감

올해 추석전 열흘동안 지역의 화폐발행액이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격감해 올 추석경기 급랭세를 반영했다. 9일 한국은행 대구지점에 따르면 올해 8월 30일부터 9월 9일까지 대구.경북지역의 화폐발행액은 4천801 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월 11~22일)의 6천69억원에 비해 1천268억원, 20.9%나 줄어들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인 98년 추석자금 발행액에 비해 270억원, 6% 늘어난 것이지만 외환위기 이전인 97년 추석자금 발행액에 비해서는 582억원, 10.8% 줄어든 규모다. 한은 대구지점은 이처럼 올해 추석전 화폐발행액이 크게 줄어든 것은 지역경기 회복세 둔화, 우방 등 대형 기업의 부도여파 등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추석 상여금 지급도 줄어든 탓이라고 분석했다. 또 신 용카드 사용이 늘고 추석이 자금 비수기인 월초에 있는 것도 현금수요를 줄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李相勳기자 azzza@imaeil.com

경북도 추석자금 220억원 긴급 방출

경북도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 건설업체의 체불노임 청산 등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건설공사 추석자금 220억원을 긴급 방출했다.

추석자금은 도시토목사업 53개지구 40억원, 국도대체우회도로 개설사업 2개지구 10억원, 자전거도로사업 3개시.군 8억원, 봉화지역간 도로 등 개발촉진지구 도로사업 4개지구 15억원, 죽장~청하간 등 도로사업 48개지구 124억원, 8개지구 치수사업 23억원 등이다.

한편 경북도는 올해 1천945건의 각종 건설사업에 1천842억원을 투자, 8월말 현재 855의 진척을 보이고 있다.

洪錫峰기자 hsb@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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