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이창규(군위성당 주임신부)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어린 시절엔 나도 화가가 되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 인연 때문인지 그림을 보면 또다시 추억과 꿈 속으로 마구 빨려들어 간다. 귀를 자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섭기도 애석하기도 하던 그런 연민들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던 그 무렵. 방과 후에 남아서 학교 주변의 보리밭과 만발한 자두꽃이며 교실과 탁자의 정물을 그리곤 했다.

우리 집 다락방에는 내가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그 어린 시절에 그렸던 '도화원' 그림이 있었다. 어머니는 그 그림을 무척 좋아하셨고 당신의 보물처럼 가끔 꺼내 보시곤 하던 것이었는데,어느 날 나는 그 그림들을 모두 태워버렸다. 배고픈 환쟁이가 되겠다던 꿈이 다른 것으로 바뀌고,확고한 나의 신념을 위한 번제물처럼 그것들의 화형식을 치렀던 것이다. 이제는 어머니도, 그 그림도 모두 세상을 떠나버렸고 나만 남았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칠이 벗겨진 마루바닥과 한켠에는 혼자 누우면 알맞은 침대가 놓여있고,거기에는 빨간 공단 이불이 한껏 부풀은 꿈처럼 주인 대신에 누워있다. 벽에는 두 개의 초상화와 거울과 수건이 걸려있고, 푸른 벽의 실내는 어쩔 수 없는 가난과 우울한 현실들이 담겨져 있는 듯 하지만,작은 탁자 뒤로 연두빛 창이 그나마 희망으로 보인다. 이가 잘 맞지 않은 듯 삐이 소리가 나며 열릴 것 같다. 참 다행이다. 이 우울한 실내의 저 창은 숨을 쉬고 꿈을 꾸는 출구다. '아를르에 있는 고흐의 방' 작품을 볼 때마다 우리 동네 이발소를 얻어서 아틀리에로 꾸며 살던 무명의 화가를 생각나게 한다. 몰라도 될 그 어린 시절에 그에게서 고픈 삶과 고통의 호소를 들었던 것이다. 지금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다만 그가 고통과 잘 맞서서 견뎠으리라는 바램과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CBS 라디오 생방송 인터뷰 도중 이재명 대통령의 방문을 이유로 전화를 끊어 논란이 일었고, 이후 보좌진의 착오로...
한국가스공사가 캐나다 자회사인 코가스 캐나다 에너지 유한회사에 7천670억원을 출자하여 지분을 100% 확보할 계획이며, 이는 LNG캐나다 ...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가짜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발견되며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안내서는 실제 형태와 유사하게 ...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8000명 이상이며 추가로 1만명을 더 배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