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상-남북회담, 당하기만 한대서야

지난주 제주서 열린 3차남북장관급회담 결과는 너무나 미흡하다. 주요 현안문제들을 뒤로 미루거나 아예 외면했나 하면 회담후 발표된 공동보도문조차 남북이 각각 다르게 발표, 회담 자체에 대한 신뢰성마저 흔들릴 지경이다. 심야협상까지 벌여가며 논의를 거듭했지만 합의 사항이 추상적인데다 현안 문제를 또다시 다음 회담으로 미룸으로써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이 아니라 '회담을 위한 회담'이란 느낌마저 갖게된다. 6.15 공동선언이후 남북은 여러 경로를 통해 수차례 접촉을 해왔고 장관급 회담만도 3차례나 진행된 만큼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서신왕래와 군사직통전화쯤은 지금 설치됨직도 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에서 이 문제들에 대해 '조속하게 조치를 취하도록 적극 협력키로 한다'며 또 뒤로 미룬 것은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

지난 6월 남북적십자회담서 북한은 비전향장기수가 송환되면 면회소 설치 문제 등은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우리는 이번에 또 이런 관심사항들이 뒤로 밀린데 대해 북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탓하기 전에 무기력하게 끌려만 다니는 정부 태도가 문제 있음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개성공단을 조성키로 했고 또 무리를 해가며 식량 60만t 지원도 약속했다.또 국군포로나 납북자 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않은 채 비전향장기수를 송환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북한측은 우리가 그처럼 경의선 복원을 기대하며 기공식을 성대하게 치렀는데도 지금껏 감감 무소식인가 하면 군사 직통전화 한대 놓는 일도 뒤로 미루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측의 이러한 태도는 챙길 것은 챙기고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심산인 것 같아 걱정스런 것이다.

북한의 속셈은 남한으로부터 챙길 것은 챙기고 이행해야할 약속사항은 북한 내부의 '군부 강경세력의 반발'을 내세워 뒤로 미루고 평화 정착문제 같은 주요한 사안에 대한 협상은 미국과 직접한다는 전략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어쨌든 이번처럼 회담 결과가 남북합의문이 아닌 공동보도문 형태로 발표되고, 그것도 남과 북이 다른 내용으로 발표되는 이런 식의 회담이라면 더 이상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우리 발표문에는 서울-평양 축구전 부활을 명시하고 있지만 북측은 아예 뺐고 경협(經協)에서도 우리는 경협추진위를 '협의, 설치한다'고 했지만 북한은 '연구, 실현한다'고 동떨어지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밤낮 며칠을 두고 회담한 결과가 이 정도로 헷갈린다는 사실을 당국자들은 또 무어라고 변명하려는가. 끌려다니지 말고 당당하게 남북회담을 주도할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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