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엉터리 간판에 병드는 '한글',업계도 당국도 '나몰라라'

'육개장, 육게장, 육계장' '찌개, 찌게'

식당 차림표마다 또 간판마다 제각각이다. 이를 써붙인 주인도 간판업자도 그리고 손님도 어느 게 맞는표기인지 자신있게 대답하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뒤죽박죽이다.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동성로에서 만난 10명 가운데 '찌개'라고 바르게 대답한 사람은 불과 4명. 나머지는 모르거나 '찌게'라고 대답했다.

엉터리 표기의 간판 범람으로 한글이 병들고 있다.

대다수 간판업자들의 한글 맞춤법에 대한 무지와 무성의한 제작, 이에 대한 당국의 관심과 행정지도 부재로도심의 간판마다 국적모를 표기가 난무하면서 시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대중적 침투력이 강한 간판이 시민에게 가져오는 학습적 영향력을 감안, 간판업자들에 대한 교육과 예시문 배포 등을 통해 우리말 지키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구시 광고업 협회에 따르면 구청에 등록된 옥외광고물제작업체는 모두 850개이며 무허가 영업까지 합하면 1천여곳이 넘고 있다.

대구시 옥외광고물제작협회 이갑수 회장은 "종업원 1명만 둔 영세업체가 상당수 차지해 한글맞춤법까지 일일이 확인할 정도의 성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무허가업체의 경우는 이보다 더 심각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음식점 간판의 경우 육개장 외에도 자장면(짜장면×),깍두기(깍뚜기×), 찌개(찌게×), 메밀국수(모밀국수×), 배갈(빼갈×), 주꾸미(쭈꾸미×), 상추(상치×), 안주일체(안주일절×) 등 잘못 사용하는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혼란은 외래어의 표기에서 더욱 심각하다.

마사지(맛사지×), 액세서리(악세사리×), 커피숍(커피쇼ㅍ), 슈퍼마켓(수퍼마켓×), 커버(카바×), 재즈(째즈×), 칵테일바(칵텔바×)등 우리말로 표기하면서 제멋대로 표기하고 있다.

일본말 투성이인 자동차 정비업종의 간판은 업소마다 제각각일 정도로 엉망이고 일본식 조어이지만 오토바이를 오트바이로 잘못 쓰는 것은 흔한 사례중 하나다.

임철호(42)씨는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가 '찌개'와 '찌개' 중 어느것이 맞느냐고 물었지만 나 자신도 헷갈렸다"며 "맞춤법이 틀린 간판을 보고 아이들이 잘못된 언어습관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구시 중구 한 간판업자는 "작업을 하면서 일일이 국어사전을 찾아본다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고 하면서도 "내가 한 것과 다르게 표기된 간판을 봐도 솔직히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를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한글학회 대구지부 김태엽 교수(대구대 국어학과)는 "한글 맞춤법에 대한 무관심이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며 "세계화의 풍조속에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길은 우리말을 바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1부

'부끄러운 한글날'

지금껏 외솔 선생 출생지도 몰랐다니...

울산중구청과 중구문화원이 울산이 낳은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崔鉉培.1894-1970) 선생의 생가를 복원하기 위해 출생지 확인에 나섰다.

8일 울산중구청과 문화원에 따르면 외솔선생의 출생지는 주위 사람들의 증언으로 본적지인 울산 중구 동동 613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곳의 지목은 '대지'로 현재는 밭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애초 외솔선생 선친의 소유였던 것은 확인되지만 여기서 선생이 태어났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생가복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구청은 선생과 관련된 주민등록상의 서류들을 모두 추적했으나 정확한 출생기록을 찾지 못했다. 선생이 다녔던 현 병영초등학교도 "50년이 넘은 학적부는 보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중구청은 현재 한글학회 학자들을 중심으로 창립된 '외솔회'에 "가족이나 저서, 학교 근무기록 등을 참고해 선생의 출생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해 두고 있다.

출생지가 확인되면 땅을 사들여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건립해 선생의 업적과 사상을 기리고 후세들의 산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외솔선생은 평생 국어학 연구에 전념, 일제시대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려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겪기도 했으며 '우리말본'과 '한글갈(論)' 등 20여권의 저서와 100여편의 논문을 남겼다.

울산.여칠회기자 chilhoe@imaeil.com

한글날 공휴일로 지정하라.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9일 한글날 554돌을 맞아 논평을 내고 "고유문자를 가진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를 더 높이기 위해 한글날을 국경일로 재지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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