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사용량을 10%만 더 줄일수 있다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치던 IMF 사태때도 실제로는 큰 위기상황을 겪지 않고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 국내에서는 제일 잘 나간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이 바로 포항제철이다.
그러나 포철을 한번이라도 방문해본 사람들은 사내 어떤 곳에서도 '잘 나가는' 징후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창사 이후 또는 입사 이후부터 몸에 밴 절약정신이 사내 곳곳과 직원 및 그 가족들에게서까지 저절로 풍겨나오기 때문이다.
포철은 지난해 1천420만TOE(석유 환산톤)의 에너지를 소비, 국내 총사용량 1억6천590만TOE의 8. 5%를 사용했다. 포항제철소의 시간당 전기 사용량만 하더라도 80만㎾로 포항시 전체 사용량의 2배에 이른다.
여기에다 광양제철소 사용분을 합치면 연간 에너지 구입비용만 1조5천억원으로 제조원가의 11%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포철은 오는 2004년까지 에너지 10% 절감을 목표로 다양한 절약운동을 전개, 고유가 시대 헤쳐나기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포철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부분이 사소하게 버려지는 것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고 에너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포철맨들은 "마른 수건도 한번 더 짜서 쓰자는 뜻"이라고 했다.
포항제철소 제강부의 사례 하나. 이 부서는 주요 출입구에 직원들의 이름을 몇명씩 묶음지어 적어두고 있다. 이는 이웃 직원들의 명단으로 출퇴근시 승용차 함께 타기로 연결해 주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같은 운동이 전사로 확산되면서 포철의 카풀제 참여율은 70%에 이르렀다. 이미 지나간 옛얘기처럼 치부되는 통근버스와 통근열차가 포항에선 아직도 일반적인 출퇴근 모습이다.
또 포철 본사 동쪽에 있는 독신자 숙소의 냉난방 장치는 모두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폐열로 움직인다. 뜨거운 철판이 식으면서 내뿜는 열기를 한데 모아 생활에너지로 재활용하는 것.
포철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향후 2, 3년안에 1만세대 직원들이 생활하는 효자주택단지와 장애인 복지시설, 일부 종합병원, 실내 수영장 등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시내 일부 지역에까지 제철소 폐열을 공급키로 하고 한창 공사중이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에너지 비용절감 효과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사소하지만 큰 효과를 발휘하는 또 한가지 사례. 최근 포항제철소내 에너지 관련 장비가 들어있는 주요 설비의 외벽이 흰색으로 새롭게 단장되고 있다. 언뜻 환경정비 작업 정도로 보이지만 실제는 에너지 절감효과를 노린 것이다.
"흰색으로 칠하면 태양열 흡수를 상당량 줄일 수 있고 따라서 복사열에 의한 에너지 감소를 막는 효과가 기대돼 취한 조치"라는 관계자의 설명은 사소한 발상이 큰 효과를 거두는 단적인 사례다.
이밖에도 포항제철소에서는 2004년까지 651건의 과제를 선정해 근본적인 에너지 절감책을 시도하고 있다. 단순한 아이디어로 에너지를 아끼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짧은 시간안에 투자비 회수가 가능한 부분은 아예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설비대체를 통해 낭비요인을 없앤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포철의 노력이 점차 효력을 발휘하면서 내년초 포철에서는 엄청난 역사(歷事)가 전개될 전망이다.
'연료용 유류가 사라지는 (Oil Less) 공장'이 바로 그것이다. 포철은 포항제철소내 제3투기장에 건설중인 LNG발전소를 내년 1월 완공, 필요 에너지 전부를 자가발전해 사용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렇게 되면 300만평에 가까운 공장을 돌리면서도 연료용으로는 기름을 한방울도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는 에너지 절감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각종 공해물질의 배출도 획기적으로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30년 국내 철강사에 획기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라는 내외부의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회사와 직원들의 이같은 에너지 절감운동은 자연스럽게 가정으로 연결되면서 포철 직원들이 모여사는 포항시 남구 효자·지곡동 일대는 재활용품을 분리하는 국내 쓰레기 분리수거의 태동지로 기록돼 있을 정도다.
'자원은 유한(有限), 창의는 무한(無限)'. 포항제철소 정문에 붙어 있는 이 문구는 끊임없는 연구와 창조로 자원 부족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자는 포철 정신의 압축이다. 몇년전 미국의 하버드 대학은 포철의 이 정신을 소개하는 교재를 만들면서 '마른 수건도 다시 짜서 쓰는' 포철 사람들을 전세계 경제학계에 알리기도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