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국민은 고달프다

남북정상회담과 일련의 남북시리즈에 박수와 환호 보내기에 열심이던 국민들은 몇달새 생활형편이 크게 나빠져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의약분업사태로 국민들은 아프리카 난민체험 하듯 고통을 겪어야 했다. 환자가 제때 수술을 못받아 죽어가거나 약 사먹기도 힘들어 상태가 악화되고 고통을 그냥 견뎌야 했다.

정부는 피해를 당하는 국민들에게 "의약분업은 반드시 실시해야 하고 국민들은 고통을 참아야 한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대다수 국민들은 정부에 묻는다. 제대로 할 능력도 없으면서 일은 벌여놓고 왜 국민들만 못살게 만드나. 누구 좋으라고 하는 분업이냐. 의약분업에 성공한 나라가 몇 개나 되냐. 성공이란 뭘 말하는 거냐. 의료혜택 빈익빈 부익부만 조장하는 것 아니냐. 의료체계는 선진국 모방이 아니라 관습을 발전시키는 것이 맞지 않나.

◈국민고통 강요하는 나라

의약분업으로 국민에게 돌아오는 득이라는 것이 항생제 등 약품 오남용을 막는다는 정도라면 상당수 국민들은 웃기는 얘기라고 말한다. 세계 최상급의 교육수준에 몸에 좋다면 동남아 오지나 알래스카 얼음 구덩이까지 찾아가는 건강제일주의의 한국사람들에게 약품 오남용으로 건강을 망친다는 것은 가당찮은 얘기. 제대로 된 홍보와 의.약사에 대한 확실한 규제만 있었더라도 한국인들은 오래전부터 항생제 내성 세계 최저를 자랑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픈 사람을 이곳저곳 왔다갔다 고통스럽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개혁도 아니고 인도적인 방법도 아니다.

◈의약분업에 울고 세금인상에 절망

게다가 국민들은 원치않은 의약분업의 고통과 불편을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수용해야 하는 처지에 절망한다. 의료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의보료와 진료비 등이 많이 올랐고 더 오를 것이 예고되고 있기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의사들이 오늘부터 정상진료에 들어간다는데 대해서 안도하면서도 그 이면에 정부가 파업해결의 방법으로 국민 호주머니 추가 털이를 간단히 결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과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여전히 IMF 지대에 놓여 있는 서민들은 호주머니털이에 지쳐가고 있다. 정부가 내년 세금을 4인가족 기준 가구당 1천만원꼴로 책정해 놓았으니 만만한 월급쟁이와 서민들의 심중은 벌써 한겨울이다. 또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도 상당부분 세금으로 메꿔야 하고, 일반국민과는 상관없는 줄 알았던 공무원연금에도 국민세금이 연간 1조원씩 들어가야 한다니 벙벙하기만 하다.

주식시장은 게걸음을 거듭하고 금융기관에 몇푼 넣어두는 것도 안심할 수 없고 국민연금인들 무사할까 걱정되고. 갈수록 높아지는 불안정성에 국민들은 괴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쪽에는 달라는대로 주고도 더 주고싶어 안달하는듯 하는 정부의 퍼주기에 보통국민들은 심각한 괴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설상가상 '북한 퍼주기 정책'까지

엊그제 어렵사리 열린 여야영수회담에서 이회창 총재가 "아무리 통일이 중요해도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거나 타협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데 대해 김 대통령은 거기에 대한 즉답 대신 "어쩌면 국민투표도 거쳐야할 상황이 생길 것이다"라고 발언 한 것으로 보도된 부분을 보면서 일부 국민들은 알 수 없는 무거움을 느낀다. 국민투표라면 국민들에게 유쾌한 기억이 별로 없다. 대부분 장기집권이나 집권자의 편의를 위해 실시됐고 모두 가결됐기 때문이다.

남북관계.통일과 관련된 국민투표는 아마도 우리 헌정사상 가장 중요하고 가장 무서운 선택이 될지도 모를 사안. 경제난국에 허덕이는 국민들 앞에 슬쩍 던져놓을 계제가 아니다. 혹시나 오는 13일 발표될 노벨평화상 수상자에 한국인이 선정된다면 국민들의 피로감이 일시에 해소될까. 고달픈 심사 그대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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