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동회담 오늘 합의 재시도

중동 유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 정상회담이 한국시간 16일 밤 8시30분쯤(현지시간 오후 1시30분) 이집트의 휴양도시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됐다. 그러나 첫날 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으며 교착상태가 17일까지 계속될 경우 전망이 매우 어두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동 현지에서는 유혈 분쟁이 이날도 계속됐다.

회담 시작

회담에는 당초 알려졌던 6명 외에 유럽연합 대표가 동석함으로써 7자 형태가 됐다. 참석 정상들은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연설을 시작으로 회담에 들어갔으며, 클린턴은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거부해 온 유혈사태 진상 조사위의 구성을 촉구했다.

각 정상들은 회담 시작에 앞서 미리 회담장에 도착, 상호 접촉을 갖고 사태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클린턴도 회담이 개막된 후에는 실무협상을 올브라이트 등 각료급 대표들에게 맡기고 바라크와 아라파트를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당사국 양측은 회담 결렬을 예상하는 듯, 쏟아질 국제적 비판 여론에 대비하느라 막후협상보다는 대언론 홍보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4명의 공식 대변인들 외에도 5명의 장외 대변인을 동원, 대대적인 친이스라엘 여론 조성작업에 나섰다. 한 관리는 "우리의 목표는 당면 외교교착과 폭력사태의 책임이 팔레스타인에 있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측도 '입'을 총동원, 이스라엘의 폭력성과 침략성을 호소했다.

17일 회담에 기대

이런 분위기를 증명하듯, 첫날 회담 말미에는 폭력 종식을 위한 합의문 작성에 실패했다고 미국측이 공식 확인했다. 각국 외무장관들은 이 합의문 초안 작성작업을 진행함으로써 한때 밝은 전망을 던지기도 했으나, 결국 "민감한 사안을 둘러싼 각국의 이견 때문에" 최종안을 만들지 못한 채 중단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한국시간 17일 오후에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이틀째 회담에 모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주요 인사인 클린턴 대통령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미국에서 열리는 피격 구축함 희생자 추도회 참석 때문에 늦어도 17일 저녁 7시(한국시간)까지는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발표, 중재력에 결손이 우려되고 있다.

이스라엘측도 "이번 회담은 길어야 이틀 정도 연장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놓고 있다.

폭력사태 계속

긴급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도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는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군이 충돌, 팔레스타인인 2명이 또 숨지는 등 폭력사태가 악화됐다.

요르단강 서안 베들레헴에서는 15세 소년 한 명이 이스라엘군이 쏜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졌고,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의 검문소에서 이스라엘 병력이 팔레스타인측 검문소에 총격을 가함으로써 총격전이 발생, 팔레스타인 경찰관 1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했다. 나블루스에서도 유혈사태가 발생해 팔레스타인 8명이 부상했으며, 2명은 위독하다.

수천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이날을 '분노의 날'로 정하고 오후에는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마을들을 행진하면서 주민들에게 계속 시위를 벌이라고 촉구했다.

아라파트 수반의 '파타' 운동을 추종하는 민병대 500여명은 이날 이스라엘 군에 대항하기 위한 '군 세포'를 만들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것은 "봉기를 계속하고 시오니스트 점령에 어디서든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무기를 들고 도시 곳곳에서 시위를 주도했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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