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ASEM 회원가입 길 터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채택된 '아시아.유럽협력체제(AECF) 2000'은 명실상부한 첫번째 'ASEM 헌장'이라는 점에서큰 의미가 있다.

ASEM의 향후 10년간 발전방향을 제시한 'AECF 2000'은 지난 98년 런던에서 열린2차 ASEM때 채택된 AECF를 수정, 발전시킨 것이지만 처음으로 21세기 ASEM의 비전과신규회원국 가입 절차, 비회원국의 협력사업 참여, 그리고 개정방법까지 제시함으로써 ASEM 기본문서의 틀을 제대로 갖추게 됐다.

특히 'AECF 2000'의 채택으로 북한의 ASEM 가입 및 협력사업 참여의 길도 함께 열리게 됐다.

우선 ASEM의 비전은 △유엔 헌장의 원칙과 목적 준수 △민주주의.인권.평등.법치주의.정의 존중 △환경.빈곤퇴치.교육.문화유산.과학기술.상업.투자.기업 등 범세계적 문제 대처 등으로 정리됐다.

이와 관련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 일부 회원국들은 "인권.민주주의가 ASEM의 비전이 되려면 '내정불간섭 원칙'도 함께 포함돼야 한다"며 반발했으나 정치대화의 원칙에 "회원국의 국내 문제에 대해 직접 또는 간접적 간섭을 해서는 안된다"는 문장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조정이 이루어졌다.

신규회원국 가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점진적, 개방적인 양 대륙간 협력 지향 △단계적 회원국 확대 △ASEM에 대한 기여 가능성 고려 △지역, 전체 회원국의 동의를 차례로 받는 2단계 가입절차 △정상들의 최종 가입결정 등 5개 기준이 제시됐다.

이처럼 신규회원국 가입 절차가 마련됨에 따라 ASEM은 호주, 뉴질랜드, 인도, 파키스탄 및 동유럽 국가 등 가입을 희망해 온 20여개국의 가입 문제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아직 ASEM 가입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이 없지만, ASEM이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서울 선언'을 통해 북한의 국제사회 복귀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가입을 희망할 경우 큰 장애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AECF 2000'은 이와 함께 '개방적 지역주의'의 원칙에 따라 비회원국의 ASEM 협력사업을 전 회원국의 동의를 전제로 허용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협력사업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 장관이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에게 교육, 관광, 정보통신, 경제, 세계화 분야의 ASEM 협력사업에 참여할 것을 권유했었다"면서 "특히 북한은 무역, 투자등 경제분야에 큰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한국이 제안한 아시아.유럽간 교수.학생 교류사업, 유라시아 초고속통신망 구축사업 등에 북한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ECF 2000'은 아울러 정치안보 대화 강화, 경제협력 증진, 사회문화 등 여타분야에서의 교류 증대를 3대 목표로 하는 한편 △회원국간 평등과 호혜 △개방적이고 점진전 과정 △비공식성(informality) 유지 및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 지양을 원칙으로 정했다.

특히 정치대화 강화는 프랑스 등 유럽측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으로, ASEM이 단순한 '친목모임'의 성격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예민한 문제들까지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공동의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정상들은 'AECF 2000' 이행을 고위관리회의와 외무장관회의에서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개정이 필요할 경우 외무장관들의 권고를 받아 차기 정상회의에서 논의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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