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올브라이트 訪北 이모저모

0…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세계식량계획(WFP)의 지원을 받고 있는 평양시 낙랑구역의 정백 2유치원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올브라이트 장관은 "국제사회 식량 지원자들은 그들이 보내는 식량이 원래의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 것을 확신할수 있어야 한다"며 북한에 제공된 식량의 군수 전용 가능성에 대해 쐐기를 박았다.

보고를 받고 나오는 도중 유치원생들이 앙증맞은 동작으로 여전히 율동을 하는 것을 보고 즉석에서 아이들 앞에 서서 율동을 따라 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미국과 유럽에서 온 일부 기자들은 "어린이들이 저렇게 율동을 하려면 훈련을 많이 받아야 했을 것"이라며 "유치원 어린이들이 재능은 있어 보이지만 서방의 어린이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는 반응.

0…24일 오전으로 예상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회담이 전격적으로 23일 오후 3시로 당겨지자 국무부 관계자들과 취재기자는 물론 북한측 관계자들까지 놀라며 배경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23일 오후에는 당초 올브라이트 장관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백남순 외무상과 각각 별도로 회담을 갖게 돼 있었는데 모든 일정이 바뀌었다.

김 위원장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국무부 관계자들은 "우리는 잘 모른다. 일정이 바뀐 것을 통보받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0…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이날 금수산 기념궁전에 있는 김일성 전 주석의 묘를 참배하는 것으로 역사적인 평양 방문의 첫 일정을 시작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날 조 부위원장을 예방하는 형식으로 금수산 기념궁전을 방문, 김일성 주석의 묘를 참배했다. 그러나 일부 관측통들은 올브라이트 장관의 김일성 묘소 참배는 한국전쟁에서 수만명의 동료를 잃은 미국의 참전용사들 사이에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0…북한은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으로 평양에 전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자 외부에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북한 사회의 모습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평양에 도착한 취재단 60여명은 호텔 밖으로 나갈 때는 반드시 안내원과 동행해야 하며 밤에는 아예 호텔 밖 외출이 금지됐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도착하기 전날 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북한 외무성 고위 관리는 기자들에게 "여러분이 여기에 온 것은 오직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을 취재하러 온 것일 뿐 다른 분야는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낮에는 안내원을 대동하고 호텔 밖으로 나갈 수 있으나 저녁에는 호텔 밖으로 나가지 말라. 여러분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기자들이 평양의 치안상태에 문제가 있느냐고 묻자 "지금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지켜야 할 점을 통보하는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미국 관리는 기자들에게 김정일의 사진이 들어있는 신문이나 잡지를 던지거나 구기지 말고 조심스럽게 다뤄 줄 것을 당부했다.

0…북한이 23일 오후 매들린 올브라이트 장관을 비롯한 미국 방북단에게 예정에 없이 제시한 '조선노동당 창건 55돐 경축' 매스게임 관람은 이들에게 하나의 충격이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놀랍다(amazing)"고 표현했고 행사 후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었던 상당수 기자들도 "충격적인 공연" "믿을 수 없다" "북한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연인원 수만명의 학생, 어린이, 일반인, 군인 등이 공연에 참가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등 당정 수뇌부를 비롯해 5만명을 넘는 관중이 관람했다.

김 위원장이 따라서 박수치는 모습을 보여주자 올브라이트 장관도 박수를 쳤다.미국 방북단과 서방기자단은 공연이 묘사하는 내용과 컴퓨터로 연출하는 듯한 조직력, 행사장의 열기에 깊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기자들은 "특히 어린 학생들이 핵개발을 연상시키는 핵분열 모습을 연출하고 학생들의 카드섹션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을 보여주는 대목이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미국 여기자는 "사회주의가 몰락하기 전 중국과 러시아를 여러 차례 가봤지만 이런 집단 공연은 본 적이 없다"며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라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북한은 이 매스게임을 일정에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올브라이트 일행 방북에 대비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공연한 것을 다시 준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0…김 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은 공연이 끝나자 곧바로 백화원초대소로 가서 김 위원장이 베푸는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초대소에 입장하면서 그동안 날씨가 흐렸다가 이날 낮 맑아진 것을 가리켜 "올브라이트 장관이 해를 가져 왔다"며 기분 좋게 웃어 공연에 앞서 3시간동안 가진 김-올브라이트 회담에 크게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만찬 환영사는 김 위원장이 하지 않고 조 부위원장이 대신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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