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I -근로시간 단축, 아직은 이르다

노사정위원회가 합의한 주(週) 5일 근무제는 우리 경제생활에 큰 변화를 몰고 올 '태풍'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진국처럼 '많은 여가'체제가 열리고 생산과 소비행태(行態)를 바꾸어 놓을 것이 분명해 혼란없는 적응도 주목의 대상이다.현재 연평균 2천497시간에 이르는 실제 근로시간을 2천시간으로 줄여 주40시간으로 근무케하는 이 안은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근로자들의 임금유지에 있다. 합의서에는 근로시간 단축과정에서 근로자의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한다고 했으나 노동현장에서 다툼이 발생할 여지는 있다고 본다. 타격이 상대적으로 큰 중소기업은 노동임금의 상승으로 인한 경영압박을 받게 돼 이를 소화할 여력이 있을지 우려된다.

이 제도의 도입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정한데 대해 의문이 간다. 안그래도 경제가 어려운 판에 이 제도를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를 위해 올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통과될 경우 벌칙조항에 따른 족쇄로 인해 시기선택의 여지가 없게 돼 있다는 점도 그냥 흘려서는 안될 일이다. 경제하강에 따른 실업자가 늘어나고 구조조정으로 인해 내년에도 수십만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어서 노동계층의 불만해소도 과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정책 결정의 토의 과정이 불충분 했었고 인기주의적인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을 지적 할 수밖에 없다.

이왕 도입하기로 합의한 이 제도를 단계적으로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일본의 경우 실제 11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시한 이유를 살펴 충격흡수 등을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은 지난 87년 근로 기준법을 개정하고 주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시행키로 하되 기업규모 및 업종별로 3년간씩 유예조치를 둬 97년까지 48-46-44-40시간으로 옮겨갔다. 99년까지는 지도기간을 설정해 실질적으로 11년에 걸쳐 단축을 이루는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친 점에 유념했으면 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여가시간이 늘어나고 소비증가는 불을 보듯 뻔하고 따라서 저축의 감소도 예상된다. 특히 휴무일의 증가에 따른 자기개발 욕구충족 등이 문제다. 적용비용으로 누구나 이용 할 수 있는 여가시설 및 각종 관련 시설 확충에 필요한 정부의 투자계획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이런 것들을 감안하면 연내 법제화라는 강제적 시기 결정은 일종의 무리가 아닌가 싶다. 원칙은 정했으되 해당 사업체에서의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 도출로 이 제도의 정착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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