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북미관계 변화가 미치는 영향

이번 김정일 위원장과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의 평양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한 진전이 이루어짐에 따라 앞으로 북미관계의 급진적인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북한에 대한 테러 지원국 해제가 이루어지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북미경제관계에도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대북 경제제재가 대폭 완화되는 경우 남북경제 교류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는 한국전쟁이후 시작하여 1990년대 초반까지 계속 확대되어 왔는데 미국은 한국전쟁의 교전상대로서 북한을 적성국으로 간주 경제봉쇄를 시작하였으며 1987년 KAL 항공기 폭파사건 이후는 테러 지원국가로서 규정, 이를 더욱 강화하였다.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의 주요 내용은 북한에 대한 상업 및 금융거래의 금지, 미국 내 북한자산의 동결,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및 원조제한, 북한에 대한 최혜국 대우 제외, 북한과의 무기거래 및 군수산업 관련 수출입 금지, 국제금융기관의 대북 지원 금지 등으로 이는 북미 경제관계의 전면적인 단절을 의미한다.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는 94년 1월 제네바 핵합의 이후 부분적으로 완화되었다. 그리고 지난해(99년 9월17일) 베를린회담 이후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유보하는 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의 완화를 약속한 후 9개월후인 올해(2000년 6월19일) 보다 광범위한 경제제재 완화가 이루어졌다. 베를린회담 이후 이루어진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는 94년 제네바 합의후 이루어진 완화조치 보다 더 광범위하고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북한에 대한 무역 및 투자와 관련한 대부분의 제재가 해제되었고 승객 및 화물수송을 위한 해운 및 항공기 운항이 허용됨으로써 인적·물적 교류에 대한 외형적인 제약이 제거되었다.

베를린 회담이후 비록 경제제재가 완화되어 북미간에 거래가 가능하여 졌으나 북한에 대해 아직은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지 않고 있어 대미 수출시 높은 관세(세율 40~80%)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테러행위 지원국 지정에 따른 제재 등으로 현재 북한은 WTO, IMF, 세계은행, 아시아은행 등 국제 기구에 가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지원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무역거래에 대한 제재는 완화되었으나 그 실질적인 영향은 미비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북미관계 개선으로 북한이 테러 지원국의 범주에서 벗어나고 무역거래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부여받는 경우에는 그 파급효과가 아주 클 것으로 보이며 특히 남북정상 회담 이후 확대되고 있는 남북경협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의 변화가 남북경협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첫째, 한반도의 정치군사 환경의 개선을 통해서 남북경협의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불안정한 남북의 정치 군사상황이 남북경제교류 활성화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여 왔는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개선은 남북의 경제교류가 보다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될 것이다.

둘째로,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 조치는 북한의 투자환경을 개선시켜 남북경제교류를 확대시킬 것이다. 베트남과 중국의 예를 볼 때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북한 경제의 국제 경제질서로의 편입 그리고 개혁과 개방의 확대 등 내부개혁이 따라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의 비합리한 제도와 관행이 국제상거래에 맞도록 개선되면 이는 북한의 투자 환경을 개선시켜 남북 경제교류의 확대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셋째, 북미 경제관계의 개선은 한국기업과 외국 기업과의 동반진출의 기회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서 남북경협의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현재 북한의 경제적 환경이 너무 열악한 상태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외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대북 경제제재 완화 조치에 따라 외국기업의 대북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 그들이 독자적으로 대북 진출을 하기보다는 남한기업과의 동반 진출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기업의 입장에서 북한은 아직 투자 위험이 높은 지역이며, 이질적 언어·문화 등의 장벽이 존재한다. 반면 남한기업들은 지난 10여년 이상 북한과의 거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외국기업과 남한기업의 동반진출은 상호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북미 관계의 개선은 북일 관계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며 북일간의 무역 및 투자의 확대는 북한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게 되며 이는 남북경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중앙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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