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폐혈증으로 쓰러져 병석에 몸져 누워있는 원로화가 운보 김기창(87)씨가 북한에서 활동중인 동생 기만씨와 생전에 상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제2차 남북가족상봉자 명단에 기만씨가 포함돼 있음이 27일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1913년 서울 운니동에서 태어난 김씨는 기학, 기태, 기옥, 기만 등 동생을 차례로 두었으며 이중 70대 초반 연령의 기만씨가 북한의 공훈화가로 조선화(한국화)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아들 완씨는 "작은 아버지가 북쪽에 생존에 계신다는 얘기는 오래전에 들어 알고 있다"며 "10년여 전부터 작은 아버지 쪽에서 두 차례에 걸쳐 편지를 보내는 등 적극적 상봉의사를 표명해왔으나 여러 정황을 감안해 답장을 내지 못하는 등 우리 쪽에서 피해왔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상봉을 계기로 떳떳하게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낸뒤 "그동안 제3자를 통해 만나왔으나 중개인 정체를 믿을수 없는 등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기창씨 형제는 한국전쟁 발발 후 사상적 차이로 뿔뿔이 헤어졌다. 당시 기창씨는 동료화가 우향 박래현과 결혼한 상태. 전쟁이 나자 화가들간에도 노선차이가 명확히 드러났고, 이 가운데서 운보는 고민해야 했다. 가깝게 지내던 화우 이석호와 정종녀, 이팔찬 등이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혁명전선에 동참하자고 설득했으나 우향이 나서 다른 길을 가기로 결심해다.
운보는 중공군이 개입했다는 뉴스를 듣자 짐을 꾸린 뒤 우향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군산으로 피난길에 올랐고, 기만 등의 동생들은 끝내 북행길을 택해 형과의 긴 생이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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