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납북 정지용시인 남북형제 상봉

"아버님의 '향수'라는 시구절을 함께 암송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야 동생을 만나게 되다니…"

27일 적십자사가 발표한 북측이산가족 방문단 후보자 명단에 정지용 시인의 아들 구인(67)씨의 이름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6.25전쟁때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으러 간다"며 집을 나간 구인씨가 반세기만에 아버지와 어머니 송재숙(71년 사망)씨, 형 구관(73)씨와 여동생 구원(66)씨 등 가족을 찾는다는 애절한 소식이었다.

특히 구인씨가 보내온 가족명단에는 지난 50년 납북됐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아버지 정지용 시인의 이름도 포함돼 있어 같은 북한땅에 살면서 아버지의 소식조차 모르고 살아왔음을 드러냈다.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구인씨의 형 구관씨는 '문학은 배고픈 공부'라며 문학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시던 아버지 몰래 숨어서 아버지의 작품들을 함께 읽고 암송하던 시절을 회고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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