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한국형 축구 개발이 필요하다

'날개 없는 추락', '펄펄 뛰는 일본에 제자리 맴도는 한국'이라는게 한국 축구의 현주소다. 제12회 아시안컵 축구대회 결승진출 좌절이 주는 교훈은 명쾌하게 결론이 나있다. 한국축구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는 냉엄한 경고다.

한국축구는 한마디로 과거 70, 80년대와 수준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최근의 성적은 그것을 증명한다. 지난 96아시안컵 이란과의 대전에서 2대6으로 물러섰고 97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브라질에 3대10으로 치욕의 참패를 당했다. 또 98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에 0대4로 패배하는 등 몰락의 과정을 겪었다. 지난해 일본 올림픽팀에게 당한 두차례의 완패, 올해 시드니올림픽에서 스페인전(戰) 대패 등은 '뒤로 뛰는 한국 축구' 바로 그것이다. 일본.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가 급격한 발전을 이루는 동안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3류축구'로 전락하는 수모를 받고 있는 것이다.

국제경기 등에서 참패를 거듭할때 마다 실패의 분석이나 대책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한번도 실패를 보약으로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감독만 교체하는 땜질식 처방이어서 장기적인 대책이나 전략, 전술 개발은 손을 놓고있는 형편에 좋은 성적 기대는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꼴이었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세대교체도 실패했다. 30세가 넘은 선수가 11년째 대표선수로 활약하고 있어 팀의 활력에도 문제가 있는것이 단적인 예다. 시간이 충분한데도 적절한 대비나 조치는 없는 지경이고 보면 한국축구의 비극은 정한 코스가 아닌가 싶다.

축구협회 등에서 사령탑 교체와 함께 외국인 감독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적인 안목과 지도력을 갖춘 인물을 데려와 한국축구의 수준을 한단계 올리는 작업은 환영할 일이다. 단지 이런 조치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외국인을 영입한다면 견제나 질시를 떨쳐버리고 전폭적인 지원과 시스템 확립 등 후속조치도 따라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형 축구개발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착실한 기본기 습득도 물론 병행해야 할 일이다. 빠른 패스와 체력이 바탕이 된 조직력의 성과는 박종환 감독 체제의 세계청소년 축구에서도 증명된 일이 아닌가.

한국축구가 거듭나야 한다. 포장만 그럴듯하게 할 것이 아니라 내용도 모두 고치는 백지상태에서 새로 출발해야 한다. 당장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의 성과도 중요한 요소다. 특히 일본과 공동개최국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런 점들을 어우르는 효과있는 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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