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현장
장수군 번암면 사고현장은 승객들의 신발과 옷가지, 사고차량에서 떨어져 나온 일그러진 차체로 뒤범벅이 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트레일러와 정면충돌한 관광버스의 앞부분은 폭격을 맞은 듯 완전히 날아가 버려 사고 당시의 처참함을 말해줬다.
현장을 처음 목격한 금병찬(38.번암주유소)씨는 "차를 몰고 고속도로로 나서는 순간 '꽝'하는 소리가 나 쳐다보니 트레일러는 10m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버스에서 튕겨 나온 승객들이 고속도로와 하천 둔치 등에 나뒹굴며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고 당시를 증언했다.
사고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벌인 서윤주(41.전북 응급환자 이송단)씨는 "관광버스 앞부분이 완전히 날아가면서 승객들이 차밖으로 튕겨져 나왔으며 무쏘 승합차는 심하게 찌끄러져 톱으로 문짝을 절단하고 일부 승객을 구조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병원 영안실
사망자 9명이 안치된 전북 남원시 남원의료원 영안실은 28일 자정 0시 30분부터 대구에서 달려온 유가족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순식간에 울음 바다로 변했다.
유족중 제일먼저 병원에 도착한 김경옥(36·여·신암동)씨는『어머니가 버스에 탔으나 생사 확인이 안된다』며 안절부절했다. 또 사망한 허말순(62·여)씨의 아들과 딸은 영안실 문앞에서 어머니의 주검을 확인하고는 뒤이어 달려온 아버지를 끌어안고 울부짖다 끝내 실신, 주위을 안따깝게 했다.
28일 새벽 1시쯤 10여명의 유족들이 시신확인을 위해 영안실에 들어가려고 하자 남원의료원측은 영안실이 좁고 동시에 많은 인원이 들어가면 사체를 확인할수 없다며 1-3명씩만 입장시켜 나머지 유족들과 언성을 높히는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달려온 대구 신원교회 신도 방순이(47·여·신암동)씨는『사고당일 아침, 교회까지 갔으나 단풍놀이가 싫어 안따라 간것이 화를 면하게 했다』며 오열하는 유족들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중상을 입고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매는 이영화(49·여·신암동)씨 남편 김진옥(53)씨는『산소호흡기를 빼면 숨질것 같다』며 아내의 소생을 기다리면서 간절히 기도, 주위를 숙연케 했다.
관광버스에 탔으나 갈비뼈 골절상을 입고 기적적으로 생존한 김갑순(47·여·북현동)씨는『온천욕을 한 뒤라 피곤해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벼락치는 소리가 나 무의식중에 '사람살려'를 내뱉으며 옆좌석을 더듬거리니 사람 머리 같은게 만져져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며 사고당시의 처절한 상황을 떠올렸다.
한편 3~4명의 사체는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경찰이 신원 파악을 제대로 못해 생사를 알려는 유족들을 애태웠다.
▨대구 신원교회 표정
27일 밤 불의의 사고 소식을 접한 대구 신원교회(담임목사 조성래.동구 신암 4동)에는 신자가족과 교회종사자 등 30여명이 사고 신자들의 생사여부를 파악하느라 애간장을 태웠다. 그러나 사고 현장에서 시신들이 심하게 일그러져 생사확인이 여의치 않자 조 목사를 비롯한 교회 종사자와 신자가족 등 20여명이 오후 10시쯤 교회버스와 개인승용차에 나눠타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 교회 장로 김청일(60.달서구 도원동)씨는 "오늘밤 대구로 돌아올 신자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며 사고를 당한 신자들의 희생이 크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유가족 및 신자들은 오전 9시 교회 지하 기도실에서 모여 통곡하며 기도를 하는가 하면 생사를 다시 확인하며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모두 27명이 함께 가기로 돼 있었으나 개인 사정으로 인한 가지 못한 7명은 다행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윤희순(53.여)씨는 "함께 가자고 마지막까지 집사님들이 권했지만 손녀가 아파 3일 동안 입원해 있었기 때문에 가지 못했다"며 "다행인지 불행인지 가지 않았지만 죄인이 된 기분을 떨치지 못한다"며 안타까워 했다.
교회관계자는 "담임목사와 교회 재직들로 구성된 사고 위원회에서 사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고 조목사님도 현지로 떠난 만큼 조만간 대책이 수립될 것이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버스에는 신원교회 여전도회 소속 20명 타고 있었고 뒷자석에서 자고 있었던 비교적 젊은 신도들은 목숨은 건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신원교회가 동구 신암4동에 위치 피해자도 대다수 이 곳 사람이란 점에서 동구청도 직원을 28일 사고 현장에 파견, 대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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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소식을 접한 유족, 교회관계자 등 30여명은 이날 밤 10시쯤 대구를 떠나 사고현장 및 병원에 도착했다. 신원교회 신도들은 "희생자들은 지리산 관광을 하고 시간이 남아 남원을 들르는 바람에 화를 당한 셈"이라며 발을 굴렀다.
희생자들은 교회신자들이라 일요일을 피해 평일을 택했으며, 당초에는 수원 자연농원을 계획했다가 지리산으로 행선지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회 김영창 장로는 "원래 40명이 떠나기로 계획을 세웠으나 불참자가 많아 20명만 관광버스를 탄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라고 해야하나"하며 망연자실했다.
집사 김진우(51·동구 신암4동)씨는 산소호흡기를 하고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아내 이영화(49)씨의 병상앞에서 넋을 잃었다. 김씨는 "처음 살아있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는 희망이 있을 줄 았았는 데... 머리를 심하게 다쳐 호흡기만 떼면 가망이 없다는군요"라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28일 새벽3시 병원을 찾은 신자 김정자(58·여·동구 효목1동)씨는 "숨진 백춘분씨가 단풍관광을 떠나는 아침 전화를 걸어와 함께 가자고 하는 것을 동료 신자의 가족 문병 때문에 거절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윤희순(53·동구 신서동)씨는 "전날 밤까지 떠날 준비를 하다가 손녀가 아파 그만두었었다. 숨진 홍임애(60)씨가 출발전 "왜 안오느냐. 나를 다시 못볼 줄 알아라라고 했는 데 그 말이 씨가 되었다"며 안타까와했다.
이번 사고로 어머니 김정남(60.북구 복현동)씨를 여읜 이원찬(32)씨는 "지난 9월 폐암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상심해오신 어머니를 바람쐬드린다고 보내드렸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미혼인 여동생이 둘이나 있는데 부모님을 볼 낯이 없다"고 울먹였다.
한편 사고 다음날인 28일 대구 신원교회 유가족 및 신자들은 오전 9시 교회 지하 기도실에서 모여 통곡을 하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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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새벽 남원의료원 응급실에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김갑순(47·북구 복현동)씨는 그제서야 자신이 엄청난 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몸서리를 쳤다. 김씨는 "다 돌아가셨다구요.. 아이구 하나님 아버지"라며 눈물을 흘렸다.
- 사고 당시 상황은.
▲버스 오른쪽 뒷자리에서 잠이 들어 있어 사고 당시 상황을 모르겠다. 어슴프레 '꽝'하는 소리가 들렸으며 눈을 떴을 때는 온통 '살려달라'는 절규만 들려왔고 이내 정신을 잃은 것 같다.
- 오늘 일정은.
▲아침 8시에 대구를 출발해 지리산 노고단에 올랐다가 오후 2시쯤 점심을 먹고 내려오는 길에 온천에 들렀다. 그래서 대부분 버스에 오르자마자 잠을 청했다.
- 지리산 관광을 나선 것은.
▲1년에 한번씩 여전도회에서 친목삼아 야유회를 간다. 지난해는 내장산을 다녀와 이번에는 용인 자연농원에 가려다가 입장료가 비싸 행선지를 바꾸었다. 모두 신앙생활이 깊은 신도들인 데 정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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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 88고속도로 교통사고와 관련, 사상자가 많은 대구 동구청은 28일 임대윤청장을 중심으로 한 사고대책반을 구성, 지원에 나섰다.
동구청은 상황반과 장례지원반, 의료지원반 등 3개반을 구성, 사망.부상자 명단파악에 나서는 한편 병원 영안실과 영구차 섭외 등 사상자 후송시 의료지원 등의 대책마련에 나섰다.
한편 유족 대표들과 협의중인 사고처리대책반은 유가족들이 대구로 사체를 옮기기 원할 경우에 대비해 파티마병원 8개, 경대병원 8개, 울산지역 병원 12개 등 모두 28개의 영안실을 준비해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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